[아듀 2023] 유통업계, 희망퇴직 ‘칼바람’

등록 2023.12.26 11:30:24 수정 2023.12.26 11:30:43

고물가·고금리 속 얼어붙은 소비심리
끝모를 불황···유통·식품업계 ‘희망퇴직’ 러시
인력 감축 통한 조직 슬림화···생존 경쟁 치열

[FETV=박지수 기자] 2023년 유통·식품업계에서는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현상으로 인해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희망퇴직을 통해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속에서 조직 운영을 슬림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계열 이커머스 기업 11번가는 지난 8일까지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희망퇴직이 확정된 직원은 4개월분의 급여를 받게 된다.

 

희망 퇴직에 대해 11번가는 “11번가와 구성원 모두 지속해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라며 ‘생존’을 언급했다.

 

11번가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910억원에 달하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1번가는 올해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려 했으나,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나일홀딩스로부터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 받았지만 어려운 경영 여건 등으로 상장 계획을 접었다. 

 

실적 악화에 빠진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만 4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았다. 퇴직자에게는 약 2년치 연봉과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이 지급됐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3% 줄어든 2190억원, 영업손실은 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9일부터 전 직급별 10년 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1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이번이 세번째 희망퇴직이다. 퇴직 확정자에게는 최대 27개월 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을 차등 지급한다.

 

롯데마트는 마트와 슈퍼의 상품 통합 소싱이 효과를 거두며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이 컸다. 롯데마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5170억 원, 영업이익은 51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조5600억 원·영업이익 320억 원과 비교해 매출은 2.8% 줄었고, 영업이익은 57.3% 늘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유통·미디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경영 혁신을 통한 조직 변화 일환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 역시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컬처웍스의 희망 퇴직 단행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롯데컬처웍스는 2020년 1600억원, 2021년 132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는 인력 구조조정 등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10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지만 올해 1∼3분기 다시 6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최근 1977년생 이생의 장기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위메프도 지난 5월 큐텐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몸집이 커지자 영업직을 제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이직 희망자에 한해 월 급여 3개월치를 지원하는 조직 슬림화를 단행한 바 있다.

 

식품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SPC 파리크라상은 지난달 초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파리바게뜨, 라그릴리아, 쉐이크쉑, 파스쿠찌, 잠바주스, 리나스, 피그인더가든 등을 포함한 14개 브랜드가 대상이다.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희망퇴직자에게는 최대 1년6개월치 급여와 1년치 학자금을 지원한다.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3개년 영업이익은 2020년 347억원, 2021년 334억원, 2022년 188억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 1~3분기 역시 누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졋다.  

 

이에 앞선 지난 8월 매일유업은 만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자는 법정 퇴직금 이외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통상임금 18개월치를 위로금으로 받게 된다. 퇴직 후 2년간 경조사 시 물품을 제공받고 회사 측에서 재취업 교육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유통업계 전방위로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내년에도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국민 10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 결과’에선 내년 소매 유통 시장이 올해 대비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한상의가 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6.8%는 내년 유통시장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소비심리 위축(66.2%), 금리 인상 및 가계부채 부담 증가·고물가 지속(각각 45.8%)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업황이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심리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지수 기자 kjh_5622@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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