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신한카드와 롯데카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 이후 1년 넘게 사후보고서를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확보한 자금을 환경이나 사회와 관련된 활동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있다. 발행 후에도 실제 자금을 의도한 목적에 맞게 썼는지, 기업이 기대했던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 등을 달성했는지 증빙하는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다수 카드사가 ESG채권 발행 이후 1년 내로 사후보고서를 냈지만, 신한·롯데카드는 1년 넘게 내지 않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9월 1000억원을, 11월에는 1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자동차 신차 할부 및 리스 등의 금융서비스 등에 주로 사용된다. 조달한 자금의 사용 내역을 보면 9월은 운영자금으로, 11월에는 친환경차 전용 할부금융상품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카드는 작년 6월 100억원을, 12월에는 600억원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지속가능채권은 친환경적 또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부문에 한정해 발행대금을 사용한다. 사용 내역을 보면 6월에는 코로나 금융지원으로, 12월에는 금융취약계층 자금지원(중저신용층 대상 중금리 대출)으로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 운영 지침에 따르면 ESG채권(또는 SRI채권)으로 분류된 채권에 대해 발행한 다음 연도 말까지 자금사용 현황 및 사회적, 환경적 효과 등을 담은 사후보고를 제출해야 한다. 최초 보고 시점은 발행 후 이듬해까지, 이후에는 자금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 매년 내야 한다. 조달한 자금을 다 쓰고 난 이후에는 예상했던 환경·사회적 가치를 실제 달성했는지 공시해야 한다. 자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만 해당 지침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이다. 발행사들이 기한을 어겨 사후보고서를 제출하더라도 제제가 없다보니 사후보고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신한·롯데카드는 거래소에 사회 책임 투자 채권 전용 세그먼트 운영 지침에 따라 사후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사전 검증보다 사후보고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사후보고서는 조달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게 돼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서만 조달한 자금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ESG채권이 발행 목적에 부합되도록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SG채권을 처음 발행할 때 사용 용도를 정확히 밝히고 용도에 맞춰 사용 하고 기한 내에 사후 보고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자금을 처음 공시한 대로 사용했다면 사후 보고서 발행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