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지 기자] “맛도 있지만 지역 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라면이 가장 큰 차별화다”
최근 눈에 띄는 편의점 컵라면이 있다. GS리테일과 제주특별자치도해녀협회(제주해녀협회)가 함께 만든 GS25 PB제품인 ‘유어스 제주해녀 해물맛 라면(해녀라면)’, `유어스 독도사랑 새우맛 라면(독도라면)이다. 8월에 출시해 2달여 만에 판매수량 7만개가 팔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라면 인기요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판매 수익금 일부는 해녀와 독도에 있는 울릉군에 전달되는 ‘상생 라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색 라면 기획 중심에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권민균(대리) GS리테일 상품기획자(MD·33)다.
권 MD는 신제품 두 개를 개발하는 1년 6개월간 라면 2000여개를 먹었다. 제품 개발 당시 체중도 10kg 이상 쪘다. 장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상품이다. 독도와 해녀분들하고 협업해 만든 라면으로 특색을 살리기 위해 더 고심했다.
권 MD는 “당시 해물 라면을 구상하고 있을 때 제주 해녀가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뉴스를 접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상에 올랐던 ‘독도새우’에서 착안해 새우를 넣은 라면을 구상하게 됐다”고 회상하며 말했다.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해녀 라면은 문어를 넣으려다가 실패했다. 해녀분들은 주 수입이 문어가 아닌 뿔소라가 주 수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녀분들과 상생하기 위해 뿔소라를 넣기로 했지만 라면에 어울리게 만들어야만 했다.
단순히 뿔소라 후레이크를 많이 넣으면 가격이 많이 올라가 가격 경쟁력이 없어져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뿔소라를 엑기스화해 라면 면발에 넣어 감칠맛을 베가 시켰다. 맛도 다른 새우 라면과 달리 동결건조 새우를 넣었다. 물을 부으면 실제 통통한 새우 식감을 살릴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독도 라면도 수익금 일부는 울릉군에 전달돼 독도 관련 교육과 울릉 주민 생활여건 개선 활동 등에 쓰인다. 권 MD는 “이 상품의 차별점은 바로 제주해녀와 독도수익금 기부이다. 소비자들도 라면을 구매할 때 기부한다는 마음도 생겨 좋아해주는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경제상황 악화로 전체 식품시장이 저성장이지만 컵라면은 2년새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PB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와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독특한 콘셉트 등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GS25의 PB상품 매출비중은 36.7%로 편의점업계 1위다. 특히 GS25가 2014년 출시한 오모리김치찌개라면은 부동의 1위 신라면을 꺾고 라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며 누적 판매량 3000만개를 돌파했다.
이에 대해 권 MD는 타사에 비해 장기간 공을 들여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맛보고 국물을 만드는 과정에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국물마다 어울리는 라면의 굵기, 다양한 재료 등 개발하는 과정도 어렵다”며 “특히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은 3년이 걸렸다. 제품 개발하는 기간 동안 MD만 3명이 바뀐 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상품이다”고 인기비결을 설명했다.
오모리 김치찌개는 용기도 다르다. 컵라면은 항상 봉지라면에 비해 쫄깃한 맛을 살리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오모리 라면은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물이 끓여서 그 찰진 면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용기를 개발해 단점을 보완했다.
권 MD는 역사 교육학과을 전공한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역사를 배우면 미래를 여러 가지로 예측하는 사고방식이 상품을 기획할 때 많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상품을 개발할 때 맛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상품이 인기가 있다. 앞으로도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