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금호건설이 올해 배당액을 대폭 늘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호건설이 작년 농사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데다 올해 경영 환경도 그다지 녹록지 않아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호건설의 이번 배당 높이기가 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를 지원하기 위한 사전 포석 차원의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금호건설의 최대주주인 동시에 금호고속 오너가 바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기 때문이다. 금호건설의 배당금이 금호고속의 실적과 직결되고 이는 박 회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금호건설이 매년 꾸준히 배당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측이 호사가들의 근거없는 억측이라는 정반대의 지적도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최근 보통주 1주당 500원, 우선주 1주당 55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금은 181억원, 배당성향은 85.4%다. 금호건설의 전년 배당성향(19.3%)과 비교하면 66.1%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호건설의 이번 배당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통상 배당금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현금이 필요하거나 부족할 땐 배당을 하지 않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호건설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은 2조485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과 비슷한 성적을 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15억원에서 559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이다. 올해 건설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금호건설의 이번 배당을 의아하게 보는 이유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가 여전히 계속되는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자재비 인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각 건설현장에서는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추세다. 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대출 문도 좁아졌다. 이처럼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타 건설사들의 경우엔 유동성 확보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금호건설의 이번 배당을 두고 금호고속과 박 회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금호건설의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금호고속이다. 금호건설의 지분 44.1%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박 회장은 금호고속 지분 38.8%를 가진 최대주주다.
금호건설이 배당을 결정하면 절반 가까운 배당금이 금호고속에 흘러 들어간다. 금호고속의 수익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면 금호고속의 지분을 40% 가까이 보유한 박 회장에게도 향후 배당을 통해 더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 이같은 금호건설의 이례적인 주주배당 움직임을 놓고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추론이 억측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호건설의 이번 배당성향이 높은 것은 맞지만 배당금의 총액이 큰 것은 아닌 데다 매년 배당을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호건설의 배당금은 이 기간 287억원에서 181억원으로 100억원 넘게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줄면서 배당 성향이 높아졌지만 배당금 자체는 감소한 셈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기존에 배당을 해오던 방식대로 꾸준하게 하고 있을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