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잔뼈가 굵은 부동산 전문가 김헌동 SH 사장이 ‘마이너스 손’이라는 오명에 휩싸였다. 김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지 반년 만에 SH의 경영지표가 내리막 길을 걷고 있어서다. 김 사장의 핵심 공약인 반값 아파트도 흥행엔 성공했지만 꼼수 논란에 휘말리면서 빛이 바랬다. 김 사장이 2년 반 남은 임기동안 SH의 경영 지표를 끌어 올리고 '마이너스 손'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클린아이(지방공공기관 통합공시)에 따르면 SH의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각각 195.3%, 18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SH의 부채비율(185.3%)과 유동비율(190%)과 비교하면 부채비율은 10%포인트(p) 가량 높아진 반면, 유동비율은 5%p 가량 줄었다.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유동비율은 높을 수록 해당 기업의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사장이 SH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SH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SH의 수익성도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6.3%에서 5.1%로 1.2%p 감소했다. 김 사장 취임 후 불과 반년 만에 SH가 경영 성과 부문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은 셈이다. 김 사장이 '마이너스 손'으로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같은 SH의 경영 악화가 불과 반년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 11월까지다. 아직 2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후반기의 경영 성적이 더 나빠졌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의 추세대로 SH의 경영 성적이 악화된다면 김 사장의 임기가 끝났을 시점에서 SH 재무건전성은 위험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H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민간기업보다 더 재무건전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아직 SH 재무건전성에 부담 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관리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반값 아파트에 논란이 휩싸인 것도 불안 요소중 하나다. 김 사장은 당초 서울에 거품 낀 아파트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에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반값 아파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비싼 원인중 하나인 땅값을 제외한 채 공급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방과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땅값에서 비롯되는 만큼 그 부분을 제외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시민들에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SH는 고덕강일지구에서 반값아파트의 분양을 마쳤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SH의 반값 아파트를 놓고 꼼수라는 비판의 시각도 나온다. SH가 공급하는 반값 아파트에서 살게 되면 땅값에 대한 임대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주택 매매에 따른 취득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도 지불한다. 하지만 나중에 집을 팔 때는 SH에 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내 집인데 내 마음대로 집을 팔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아파트에 대한 인식도 꼼수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아파트를 사는 대다수의 실수요자들은 나중에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구매하지만 SH가 공급하는 반값아파트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어서다. 가격 상승에 대한 요인은 결국 땅값인데 땅에 대한 권리는 SH가 소유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라고 말하면서도 “땅에 대한 권리가 SH에 있는 만큼 30년이고 40년이고 거주해도 집값 상승에 대한 혜택을 보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