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의 남다른 위기관리 능력이 확실히 입증됐다. 경기불황에 따른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며 차입금을 대폭 끌어온 다른 건설회사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래 매출인 수주 잔고도 넉넉하다.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에 수익성은 반토막났다. 마 대표가 안정적인 재정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1.2%를 기록했다. 2021년 DL이앤씨가 첫 출범하던 당시의 부채비율(93.5%)보다도 2%포인트(p) 넘게 줄어든 수치다. DL이앤씨의 부채비율 감소폭이 크진 않지만 주목할 점은 시기다. 경영 여건이 좋을 때 수익성을 바탕으로 기존에 빌렸던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작년엔 코로나19와 부동산 한파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다수의 건설사들은 지난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실제로 이 기간 대다수의 건설사들은 차입금을 대폭 늘렸고 부채비율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일부 다른 건설회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1년새 30~50%p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대조적이다.
DL이앤씨가 안정적인 재정상황을 유지하면서 이자보상 배율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DL이앤씨의 이자보상배율은 14배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시공 순위 10위권 건설사중 두자릿수대의 이자보상 배율을 보인 곳은 DL이앤씨를 제외하고 포스코이앤씨 뿐이다.
또 다른 건설사들은 3~7배 수준의 이자보상 배율을 보였는데 일부 건설사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중 하나로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배율이 높을수록 이자 부담이 적은 것으로 해석한다.
DL이앤씨는 미래 매출로 불리는 수주 잔고도 비교적 넉넉하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기준 26조5422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7조4968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4년여의 일감을 쟁여두고 있는 셈이다. 다만 1년 새 반토막난 수익성은 마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앞서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출범 당시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지난해 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만에 수익성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인데 이는 원자재 가격 인상 탓이 크다. 전년보다 매출원가가 오르면서 매출 대비 수익성이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DL이앤씨의 매출 원가는 6조2452억원에서 6조5654억원으로 1년새 3200억원 가량 늘었다. 매출원가율도 이 기간 81.8%에서 87.6%로 5.8%p 올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지난해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률 자체만 보면 타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