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지난해 무산됐던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위한 조각 쌓기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며 현금보유가 중요한 상황에서도 배당 성향을 높여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오래된 숙제인 지배구조개편을 이루기 위해선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꼭 필요하다는 점도 IPO 재추진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홍 대표가 성공적인 IPO를 이뤄 정 회장의 숙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공시한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보통주 1주당 600원의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년에 실시한 배당이 11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배당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한다. 배당액 자체는 줄었지만 배당 성향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 성향은 31.81%에서 40.18%로 10%포인트(p) 가깝게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배당액이 줄었음에도 배당 성향이 올라간 것은 순이익 때문이다. 통상 배당은 그 회사의 순이익과 비례하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순이익이 줄었음에도 배당을 늘리면서 배당 성향이 증가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68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4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이 줄어든 수준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배당 성향을 올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시장엔 한파가 불어닥쳤다. 부동산 한파에 거래는 급감하고 미분양 우려는 커지는 상황이다.
분양을 해야 돈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말 있었던 레고랜드 사태 이후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론도 나왔던 만큼 건설사 입장에선 사내에 쌓아둔 현금의 중요성이 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배당 성향을 높인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IPO 재추진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주주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향후 진행할 IPO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 증시상황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재추진설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국내 증시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은 미국발 금리 인상 때문이다.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자 국내에 유입됐던 해외자금이 썰물처럼 빠졌고 이에 국내 증시가 전체적으로 악화됐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금리 인상 폭을 줄이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이제 정점에 다다랐다는 공감대가 증권가에 형성돼 있다. 금리가 다시 안정세를 되찾는다면 국내 증시 상황도 개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이 향후 진행할 IPO를 위해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그룹 차원에서 필수라는 것도 재추진설이 나오는 이유다. 정 회장은 현재 지배구조개편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중추 계열사인 현대차가 기아와 현대건설, 현대캐피탈 등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하는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문제는 현대모비스의 가격이다. 지난 9일 기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20조원을 웃돈다. 통상 그룹 총수가 지주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 회장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30%를 가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0.3%인 것을 고려하면 6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돈을 당장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정 회장이 11.7%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선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필수”라며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당 성향을 높인 것은 향후 IPO를 생각해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