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금융지주 회장들의 달라진 '발걸음'

등록 2023.03.13 06:00:00 수정 2023.03.13 09:12:06

경쟁사·협회·NGO 등으로 옮겨...경험·관록 살린 '인생 2막'

 

[FETV=권지현 기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금융지주 회장들의 '뒷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퇴직한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주 고문 또는 그룹의 관련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조용하고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금융지주 회장들의 발걸음이 달라지고 있다. 지주 회장 퇴임 후 자신들이 기여,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수십 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일부 퇴임 금융지주 회장들은 아예 금융업계를 떠나 NGO(비정부기구)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1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KB국민은행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오는 23일 국민은행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손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 미래경영연구소장, 농협금융 사업전략부문장(상무)과 경영기획 부문장(부사장), 농협은행장 등을 지낸 뒤 2021년 지주 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정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손 전 회장은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이번 행보는 회장 재직 당시 한창 경쟁을 펼쳤던 K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금융지주 회장 이력을 가진 인사가 퇴임 두 달 만에 또 다른 금융지주의 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도 새로운 2막을 열었다. 그는 10년 만에 금융지주 회장으로 컴백,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임 내정자는 손 전 회장보다 앞서 농협금융 회장을 지냈다. 1981년 24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2009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2011년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그는 이후 2년 5개월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활동해왔다. 그간 금융지주 회장들은 통상 '고문'으로 그들의 공식적인 행보를 갈무리했으나 임 내정자는 이번 우리금융 회장 취임으로 두 금융지주 회장을 역임,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걷게 됐다. 

 

2018년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김광수 전 회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임 내정자의 행시 3년 후배이기도 한 그는 2020년 퇴임 이후 금융 유관단체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 12월 전국은행엽합회 회장으로 취임, 은행 상호 간의 업무협조와 은행 업무의 개선 등을 이끌고 있다. 현재 은행연은 시중·특수·지방·인터넷전문은행 등 전체 국내은행과 신용·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은행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사 총 23곳을 정사원으로 두고 있다. 

 

금융권을 떠나 NGO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도 있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재단 회장은 지난달부터 NGO들의 연대체인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기독교인인 그는 박애와 봉사의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고자 지난 수십 년간 몸담은 금융업계를 떠나 비영리단체로 자리를 옮겼다.

 

황 이사장은 삼성증권 사장, 우리은행장 등을 거쳐 2004년 우리금융그룹 회장, 2008년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금융지주를 떠난 지 6년 만인 2015년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맡았다. 2020년에는 한미협회 회장으로 양국 간 우호협력을 위한 민간 외교에 앞장선, 금융·경제·국제교류협력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미국 비영리단체 6·25재단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재단은 6·25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미군을 추모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미 참정 군인의 고향과 학교 도서관에 해당 용사의 이름으로 5000달러씩 기부하는 이른바 '리버티(Liberty)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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