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GS건설이 지난해 역대급 수주 실적을 거뒀음에도 연일 울상이다. 가공할 만한 수주 기록을 세웠지만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미분양 우려까지 커지는 모양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수한 경영 성적에도 불구하고 GS건설의 얼굴에 미소가 없는 이유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에만 16조원이 넘게 수주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전년 수주 실적보다 4조원 가량 많은 금액으로 지난 1969년 창립 이래 최대치다. GS건설이 작년에만 16조원이 넘는 수주를 쌓아올리며 신바람을 내고 있지만 속은 끙끙 앓고 있다. 곳간에 쌓인 일감도 가득하고 현재 진행중인 공사도 많이 있지만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GS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4387억원의 미청구공사액을 보유하고 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아직 청구하지 않은 금액인 만큼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발주처가 미청구공사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해당 금액은 손실로 잡힌다. 공사를 해놓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미리 설정한다. 문제는 GS건설의 대손충당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GS건설의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819억원이다. 2021년 말 설정한 대손충당금이 154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1200억원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GS건설은 미청구공사액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GS건설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19.6%다. 통상 타 건설사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2~6% 안팎인 것을 비춰볼 때 높은 수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것도 GS건설이 웃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높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기피하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건설사는 일반 분양 대금을 통해 공사비를 받는 만큼 미분양이 발생하면 미청구공사 규모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GS건설은 지난해 말 서울 성북구 인근에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를 공급했지만, 계약률은 저조했다. 일반분양 1330가구 중 793가구만 계약이 이뤄졌다. 계약률은 59.6%에 그쳤다. 이에 지난 10~11일 잔여 물량 537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했지만, 물량을 모두 해소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지난달 청약에 나선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1·2순위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 2.36대 1에 그쳤다. 지난 15~18일 있었던 정당계약에서도 60%가량의 계약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30일부터 31일 오후 1시까지 무순위 청약을 받고 있다. 특히 GS건설은 올해 2만세대에 이르는 분양을 계획하고 있어 리스크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GS건설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설정은 보수적 관점에서 회계를 반영한 사항이고 대부분 환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전체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 수준으로 살펴보면 타 건설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