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서 올해 실적 사냥에 나섰다. 해외에서는 수주 확대에 집중하고 국내에서는 리스크 관리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의 수주가 약세라는 평가를 받는 윤영준 사장이 올해엔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해 해외에서 26억9500만 달러를 수주하며 해외수주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로 따지면 3조원이 넘는 금액이지만 건설사의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의 위명엔 손색이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현대건설은 윤영준 사장이 취임한 이후 해외에서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윤영준 사장이 취임한 첫 해인 2021년엔 해외에서만 6조원의 수주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4조원대에 그쳤다. 지난해엔 이보다 더 적은 5조600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3조원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해외 각국이 빗장을 걸어잠근 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든 데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면서 윤영준 사장이 칼을 빼들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네옴시티와 중동원전을 중심으로 수주 확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네옴시티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는 신도시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5000억 달러(668조원 가량)가 투입된다. 현대건설은 이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인 친환경 신도시 ‘더라인’의 터널공사를 수주했다.
이미 수주한 터널공사 외에도 현대건설은 산업단지 옥사곤의 항만공사 등 4개 프로젝트에 입찰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이 지난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하는 나맷 프로그램을 추진할 NEC 협력사로 선정된 만큼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시각에서다.
나맷은 아람코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선택적 성장을 뜻한다. 아람코는 지속가능성과 기술, 산업, 에너지 서비스, 첨단소재 등 4개 분야에서 13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22개 협력업체를 선정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 성과가 기대된다”며 “네옴시티 관련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고,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 NEC 협약에 근거한 수의계약, 입찰 인센티브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영준 사장은 수주를 확대하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키로 했다. 이미 수주한 물량이 많은 데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대출 문이 좁아져 자칫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부문에서만 9조원이 넘는 수주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이를 위해 윤영준 사장은 도시정비 3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신설된 도시정비 3실은 현대건설이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관련 업무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자금 유동성 관리가 주된 임무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존재했던 도시정비 1·2실은 지역별로 신규 수주를 담당한다.
현대건설이 현장들을 밀착 관리하게 된 것은 부동산 경기 하락과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업계관계자는 “현장별로 관리를 하면 아무래도 전체 회사의 자금사정을 고려하기가 어렵다”면서 “전체 사업장을 통합 관리하게 되면 비용관리를 유연하게 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쉬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