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LG화학이 미국 배터리 소재시장 공략에 팔소매를 걷고 나섰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수조원 상당을 투자하기로 했다. LG화학이 미국 배터리 사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배터리 소재 공략을 위해서는 세계최대 시장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두번째 이유는 미국 정부가 꺼내 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IRA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와 동시에 친환경 산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바이든 정부가 통과시킨 법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타깃으로 한 법안이다. 중국의 산업패권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산 소재 및 광물을 쓰지 않아야 미국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현지 생산공장도 지어야 하며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와 배터리 소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LG화학은 미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러한 자격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회사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테네시주에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 및 전압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중 하나다. 양극재는 니켈,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 등을 합쳐 제조한다.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소재다. 배터리 소재 가운데 양극재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양극재 공장 늘려 실적대박 일군다! = LG화학이 양극재 공장을 늘리는 이유는 배터리 핵심 소재중 양극재가 고부가가치 소재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기차 시장규모가 커짐에 따라 배터리 시장규모도 덩달아 커지는 실정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 시장규모는 104만대에서 2026년 52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북미 배터리 시장규모도 올해 61.3GWh(기가와트/시간당)에서 2026년 338.3GWh로 커질 전망이다. 배터리 시장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배터리 핵심소재 시장도 덩달아 커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고부가가치인 양극재 시장도 5배 성장한다.
북미 시장의 양극재 시장규모는 올해 10만4000톤(t)에서 2026년 54만1000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시장규모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LG화학은 K-배터리 중 가장 먼저 미국에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2025년 양산에 들어간다. 30억 달러(4조원)를 투자해 연 12만톤(전기차 120만대분)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한다. 이는 미국 최대 규모다. 이 뿐 아니다. 한국과 중국에서도 양극재 생산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LG화학은 국내(청주,익산) 5만톤, 중국(우시)에 5만톤 등 총 9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미국 양극재 공장 12만톤과 구미에 6만톤을 포함할 경우 2025년부터 27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이에 더해 2027년까지 국내외 전체 34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늘릴 방침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미국 양극재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던졌다. 신 부회장은 “테네시 양극재 공장은 LG화학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차세대 전지소재 사업의 핵심 기지가 될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전지 소재 시장과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적극 대응해 세계 최고 종합 전지소재 회사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극재를 필두로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사업 매출은 2022년 5조원에서 2027년 20조원 규모로 매출을 성장시킬 방침이다. LG화학은 양극재 중 특히 하이니켈 양극재에 관심이 많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니켈성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양극재로 에너지 용량이 높다는 장점이 크다.
◆양극재 시장 치열한 한·일전 양상 =하이니켈 양극재는 고부가가치 양극재로 통하는데 LG화학은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양극재에 집중하고 있다. 양극재 시장은 한·일전이 양상이 뚜렷하다. 현재 양극재 시장 1위는 일본의 스미모토다. 전세계 양극재 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 소재전문 기업으로 SK온 삼성SDI와도 활발한 협력 관계를 펼치고 있는 기업이다.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최근 CAM7 공장을 준공했다. 양사는 공동 출자, 에코프로EM 합작사를 만들어 CAM7을 건립했다. CAM7 공장은 연산 5만4000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췄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캐나다 퀘벡주 베캉루크에 1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장건설을 건설한다. 공사는 2023년 하반기에 시작해 1년 후 완공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은 SK온과 포드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가 주요 고객사다.
에코프로비엠은 2026년까지 북미와 유럽 지역을 합해 연간 48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전기차 600만대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LG화학이 2027년까지 내세운 34만톤보다 많은 양이다.
LG화학이 에코프로비엠보다 생산량 규모는 적지만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공정설계 기술 고도화로 생산라인당 생산량을 연간 1만톤 이상 끌어올렸다. 평균 생산라인당 연간 양극재 생산량은 5000톤인데 비해 두 배가량 끌어올렸다. 이럴 경우 납품 공급속도를 단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G화학은 고려아연과의 돈독한 파트너십으로 양극재 기술 및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양사는 현재 울산에 전구체 공장도 건설 중이다. 전구체는 완전한 양극재 생산품이 나오기 직전의 물질이다. 양사는 배터리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257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 했다. 특히 양사는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IRA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배터리 소재 관련 메탈(금속)을 공동으로 발굴하는 등 북미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맞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