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삼성SDI의 계약 생산이 계약생산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LG엔솔과 삼성SDI의 창고엔 계약생산된 뒤 보관중인 재고잔이 1년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엔솔의 재고자산은 6조2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한해 재고자산 3조9000억원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삼성SDI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반기 삼성SDI의 상반기 재고자산( 3조3580억원)도 이미 작년(2조4873억원) 수준을 추월했다.
SK온은 아직 코스피 기업공개(IPO)가 안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연결기준으로 실적이 잡힌다. 따라서 SK온의 재고자산 파악은 가늠하기 어렵다. LG엔솔이 삼성SDI 보다 재고자산이 2배 가량 많은 이유는 LG엔솔이 배터리 판매량이 부진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배터리 생산량이 많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고객사들을 상대로 LG엔솔의 납품량이 삼성SDI 보다 많다.
먼저 LG엔솔의 주요 EV(전기차) 고객사로는 GM(제네랄 모터스), 테슬라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 르노, 포드, 볼보 등이 있다. 지속적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수주체결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해 6월말 기준 누적 310조원의 수주를 확보했다. 삼성SDI는 독일 BMW, 폭스바겐, 유럽 스텔란티스 등이 주요 고객사다.

◆상반기 재고자산 늘어난 이유 ‘고원자재값-차량용 반도체 공급차질’ = 사전수주 계약을 체결해 배터리 생산량은 늘었지만 상반기 재고물량이 전년대 늘은 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아 원자재값이 고공행진 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지연도 배터리 재고물량 상승에 영향을 줬다. 다만 사전수주 계약 체결로 정해진 약속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에게 납품을 한다. 이로인해 재고물량도 매출로 잡힌다.
◆ 3분기 LG엔솔, 배터리 사업 호성적…K-배터리 반격 = 하지만 3분기부터 K-배터리가 반격을 시작했다. LG엔솔은 올 3분기(7~월) 경영성적이 대박을 터트렸다. 올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LG엔솔은 매출 7조6482억원, 영업이익 521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대비 매출은 90%,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사실 2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였던 가장 큰 요인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문제가 불거져 리콜충당금(리콜 보상비용) 때문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SK온의 모회사)도 조만간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지만 2분기 대비 실적이 호성적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K-배터리에 있어 하반기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중요한 승부처가 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규모 중 미국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핵심 지역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중국 산업패권을 가만히 놓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압박 작전을 벌이고 있다. IRA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등 산업 제품에 대해 보조금(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이다. 또 산업용 제품에 필요한 핵심 광물-소재 등을 중국산 아닌 미국 혹은 우방국산으로 써야 한다.
IRA 자동차 법안의 경우 한 대당 최대 보조금인 7500달러(1000만원)를 모두 받기 위해서는 미국이 제시한 IRA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업체가 대부분 배터리 핵심소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로 광물 수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점차 美 IRA 요구 강도 쎄져…美 FTA 국가와 공급선 다변화 총력전 = 문제는 미국이 점차 강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40%로 시작해 2027년까지 80%로 단계적으로 의무 비율이 올라간다. 이러한 불리한 조항 때문에 배터리 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가 매우 꺼려하는 법안이다.
LG엔솔도 배터리 소재 공급선 다변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리튬 생산업체인 컴파스 미네랄과 탄산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부터 7년간 탄산수산화리튬의 40%를 공급받는다. 삼성SDI도 IRA 대응에 분주하다. 글로벌 5위 규모의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25억 달러(3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내년 착공한 뒤 2025년 1분기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초반에는 연간 23GWh(기가와트) 규모로 시작해 33GWh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에도 공장건립 검토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도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선 다변화를 꾀한다. 최근 호주 업체 2곳(레이크 리소스, 글로벌 리튬)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호주는 미국과 우방국으로 FTA 체결 대상국이다. SK온은 레이크 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해 고순도 리튬 총 23만톤을 5년(5년 연장 가능) 공급받는다.
SK온은 향후 글로벌 리튬사가 소유·개발 중인 광산에서 생산되는 리튬 정광(스포듀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도 결국 제조산업이기 때문에 재고자산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최근 IRA 이슈가 민감해져 중국 의존도 탈피를 통한 공급선 다변화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