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롯데케미칼이 기존 화학 사업에서 전기차 배터리소재, 수소에너지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2분기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불황 사태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미래형 유망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 대응대세 차원이다. 롯데케미칼이 이같은 대비아래 선택한 카드는 배터리 소재, 수소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사업다각화 행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기존 플라스틱 원료 생산만으로는 변화 무쌍한 미래 변수를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사업다각화에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케미칼의 경영 성적표는 매출 11조973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매출은 5조5110억원, 영업손실 214억원을 기록해 원자재값의 쓴맛을 톡톡히 봤다.
◆상반기 러·우 사태-고유가-고원자재 돌발변수 ‘휘청’…돌파구 배터리소재 사업다각화 = 롯데케미칼이 택한 돌파구는 ‘사업다각화(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이중 눈에 띄는 사업은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이다. 최근 배터리 핵심소재 중 동박 사업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국내 2위 동박 제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뛰어 들었다.
동박의 역할은 배터리(2차전지) 음극재(-극 성질) 소재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이동경로와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도 맡는다. 음극재에 얇은 막 형태로 들어간다. 이 얇은 막은 구리를 1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두께로 평평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적 난이도가 있어 국내에는 SKC, 일진머티리얼즈, 두산솔루스 등이 동박을 생산, 판매한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동박 글로벌 점유율에서 SKC가 22%로 1위를 차지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13%로 4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중국 왓슨, 3위 대만 장춘이 차지했다.
롯데케미칼이 그리는 청사진으로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분야에 총 4조원을 투자해 연 매출 5조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최근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는 세계 4위의 동박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2조7000억원의 주식매매 지분(53%) 계약을 체결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동박뿐 아니라 여러 배터리 핵심소재에 투자계획 전격 발표했다. ▲전해액 ▲분리막 소재 ▲바나듐이온 배터리 ▲양극박 등 수천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배터리 핵심소재 기업군 톱티어(일류)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전해액은 대산공장 내 3500억원을 투자해 생산시설 건설 중이며 미국 사솔케밀과(SASOL 케미칼)과 미국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차단해 화재 예방하는 분리막 소재는 폴리에틸린(PE) 소재로 10만t(톤) 생산 계획을 갖는다.
바나듐이온 배터리의 경우 미국 스탠다드에너지에 업체에 65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다. 스탠다드에너지가 해당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한 가운데 안정성-에너지효율-저온에서도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차세대 배터리로 분류된다.
양극박의 경우 미국 현지 생산공장 건설에 33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케미칼 미국 전지소재법인과 롯데알미늄 미국 법인이 공동 합작사를 통해 투자한다. 한마디로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핵심소재라면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글로벌 톱티어를 향해 진격해 나가는 모습이다.
양극박은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화(+극) 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통로 역할을 하는 소재다. 높은 열 전도성으로 전지 내부의 열 방출을 돕는 필수 소재다. 이뿐 아니다. 청정 수소에너지, 층간소음 완충재, 재활용 폐플라스틱 등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사업다각화에도 적극적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화학4사, 사업다각화로 인한 뚜렷한 경영성적 차이 = 올해 상반기 국내 화학 빅4사(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의 경영성적이 뚜렷이 비교됐기 때문이다. LG화학의 경우 원래부터 생명공학, 첨단소재, 석유화학의 3가지 축으로 사업다각화를 펼쳐 원자재값 여파를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어 나름 선방했다.
한화솔루션도 올 상반기 사업다각화가 약발이 통했다는 평가다. ▲케미칼(석유화학 제품 및 화학물질) ▲큐셀(태양광 제품) ▲첨단소재(플라스틱 제품, 자동차-태양광-전자소재) 등의 사업을 한다. 올해 2분기 태양광 사업도 2년간 6개월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와 사업다각화가 통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도 롯데케미칼처럼 전통 석유화학 사업제품 비중이 높아 올 상반기 타격을 입었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4~6월) 연결 기준매출 2조2439억원, 영업이익 354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매출은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부정적 대외변수가 제조 산업 등 경기에 부정적 여파를 미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화학업계가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다”면서 “이를 완화하고 타개해나가는 돌파구로 미래형 사업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