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확 바뀐 금융지주 ‘주주환원’, 왜

등록 2022.04.25 07:00:00 수정 2022.04.25 09:04:59

분기배당 정례화·수천억 규모 자사주 소각 등 '주주달래기'
목소리 커진 개미 힘 반영..."주주가치 제고 이제 시작"

 

[FETV=권지현 기자] '괄목상대'

 

국내 대형 금융지주들이 올해 확 달라진 주주환원책을 쏟아냈다. 워낙 새로워, 이들이 거둔 역대급 실적보다 배당 정책에 더 눈이 간다는 평가다. 대형 금융지주들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 여러 요인 중에서도 과거보다 커진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지난 22일 기준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6.23%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은 지난 22일 올 1분기(1~3월) 실적과 더불어 배당 관련 사안을 발표했다. 먼저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금융지주 4곳은 총 4조6399억원을 달성, 1년 전(3조9646억원)보다 17%(6753억원) 성장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들 분기 순익이 4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14.4% 늘어난 1조453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이어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17.5% 증가한 1조4004억원으로 역시 1조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8% 성장한 9022억원의 순익을 달성했으며, 우리금융은 4곳 중 가장 높은 32.5% 증가율을 기록해 8842억원을 나타냈다.

 

 

주목할 점은 '주주환원책'이다. 4대 금융 중 3곳이 올해 '최초' 주주환원책을 쏟아냈다. 먼저 KB금융은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주요 금융지주가 분기배당을 못 박은 것은 KB금융이 처음이다. KB금융은 우선 올해 1~3분기 배당금으로 각각 주당 500원을 결정지었다. 4분기 배당금은 추후 확정한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도 추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KB금융 재무총괄임원은 "이번 분기배당 정례화 결정은 배당의 가시성을 높이고 주주들의 니즈에 보다 부합하는 선진적 주주환원 시스템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금배당액도 중요하지만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주식자사주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도 올해 분기배당을 진행한다. 1~3분기 각각 400원으로 결정한 신한금융은 올 결산배당에선 추가로 40%를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밝힌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이달 중 마무리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하나금융도 동일한 규모로 자사주를 없애기로 했다. 2005년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15년 동안 중간배당을 진행한 하나금융은 이로써 또 하나의 주주환원책을 추가하게 됐다. 우리금융은 앞서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 30일로 명시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을 확정, 중간배당 정례화 문을 활짝 열어뒀다.

 

대형 금융지주의 이 같은 주주환원책을 두고 괄목상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들 중 분기배당 정례화 카드를 꺼내 든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동안 4대 금융이 내건 주주환원책은 배당성향을 30%로 올리겠다는 선언과 그룹 회장·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 전부였다. 작년 여름에서야 KB·신한금융이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 우리금융이 2년 만에 중간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주주가치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는 배당 관련 금융당국 눈치보기가 완화되고 이자장사라는 비판이 부담이 된 것 외에 이전보다 커진 주주 목소리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식 소유자는 618만명(법인 포함)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384만명까지 두 배나 늘었다. 과거에는 실적을 잘 내고 꾸준히 결산배당을 하면 일정 수준의 투자심리가 유지, 큰 변동성 없는 주가 흐름이 지속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차치하고서라도 동학개미 운동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외 상장사들을 비교,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주주환원과 관련해 눈높이가 높아졌다. 주주환원 정책 확대 여부가 은행주 투자 포인트로 '강력히' 떠오른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 제고를 향한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기업의 주가를 완전히 뒤집어 놓은 사례는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성장주인 LG생활건강이 실적이 크게 늘고도 소극적인 배당을 실시한 탓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는데, 하물며 배당주로서 매력을 부각시키려는 은행주는 배당 정책이 어떠해야 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권은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 강화책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일각에선 배당성향을 늘리기보다 코로나19 관련 건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4대 금융이 이미 충당금을 적지 않게 쌓았고 올 1분기 그룹 고정이하여신(NPL)비율, 은행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은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4대 금융이 실적잔치를 벌이는 데 그치지 말고 주주권리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외면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4대 금융의 올해 목표치인 배당성향 30%의 경우, OECD 국가 금융주 가운데 최하위라 평가하며 '주주가치 제고는 이제 시작'이라 보고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사실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때마다 이자로 배를 불린다는 비판은 늘 있었는데, 이번 실적 발표에선 (전과 달리) 순익의 일정 부분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공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내부에선 '직원들은 CEO를 무서워 하고, CEO는 주주를 무서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데, 그만큼 권리 제고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를 무시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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