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현대카드가 11년 만의 사상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KB국민카드와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업계 '빅3'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급증한 비용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과 어두운 업황 전망 등을 고려해 비용 효율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141.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2445.6억원)보다 28.5%(695.8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현대카드가 순익 3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2010년(3529억원) 이후 11년 만이다.눈에 띄는 것은 국민카드와의 순익 격차다. 신한·삼성·국민·현대·하나·롯데·우리·비씨카드 등 8개 카드사 가운데 현대카드는 순익 기준 현재 4위에 해당한다. 현대카드가 3위 국민카드를 좀처럼 추월하지 못하면서 해당 순위는 수년째 굳혀져 왔다.
2020년 현대카드와 국민카드의 순익 차이는 801억원으로 1년 전(1489.3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250억원 가량 차이가 더 벌어지며 국민카드와의 간격을 더 이상 좁히지 못했다. 2021년 말 기준 현대카드와 국민카드(4189억원)의 순익 차이는 1047.6억원이다. 2년 만에 다시 국민카드와 1000억원 이상 순익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카드가 11년 만에 순익 3000억원 시대를 열었음에도 국민카드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데는 '비용 확대'가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모집수수료, 판매촉진비, 신판취급비용 등을 합한 현대카드의 카드 비용은 7742.9억원으로 1년 전(7207.4억원)보다 7.4%(535.5억원) 증가했다. 이중 모집수수료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20년 말 487.8억원이던 모집수수료는 지난해 808.1억원으로 1년 만에 65.7%(320.3억원) 급증했다. 판매관리비도 늘었다. 판관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선전비의 경우 2020년 807.9억원에서 지난해 960.2억원으로 18.9%(152.3억원) 증가했다.
특히 현대카드의 비용 증가는 최근 카드사들이 저마다 판관비 등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 주목된다. 카드사들은 업무 자동화·온라인 모집 등의 디지털 전환과 마케팅 프로세스·일반 경비 등의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카드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혁신을 단행하고 있다.
실제 국민카드의 광고선전비는 2020년 12.2억원에서 지난해 12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절대 금액 기준 지난해 현대카드의 광고선전비는 업계 1위 신한카드(353.8억원)의 2.7배에 달한다. 업계는 현대카드가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통해 고객에게 각인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만큼 해당 사업 확대 등을 통한 신판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 등으로 비용이 증가했을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쏘카, 무신사, 네이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PLCC 4종을 새로 출시했다.
이에 현대카드가 수익원 확보와 더불어 비용 효율화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이익인 이자·수수료이익이 늘더라도 비용이 급증하면 순익 증가율에는 한계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현대카드의 지난해 순익 성장률(28.5%)은 8개 카드사 평균(59.8%)의 절반 수준이다. 7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하나카드는 62.2%를 나타냈으며, 삼성카드와 국민카드는 각각 38.2%, 29%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카드사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 비용 절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올해부터 가맹점 수수료가 0.1%포인트 내외 인하돼 수수료 감소가 불가피하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올라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 등으로 카드론 영업이 크게 위축, 가계부채조정으로 대손비용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부담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카드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용판매 증가와 영업비용 축소로 양호한 실적을 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