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NH농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 부진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채권 등 투자수익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 2.76%를 기록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거둔 보험료 등으로 주식·채권·유가증권·파생상품에 투자해 얼마의 수익을 거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산운용 능력과 투자 수완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보험사는 운용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 이자율을 지급한다. 보험금 지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자본시장과 투자의 의미가 커지면서 운용자산이익은 보험사의 수익창구로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농협생명의 작년 9월 말 운용자산이익률은 생·손보 각 상위 5개 총 10개 보험사(삼성·한화·교보·농협생명, 신한라이프,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DB·KB손해보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외 삼성생명(2.79%), 신한라이프(2.76%), 현대해상(2.75%), KB손보(2.89%) 등도 2%대 이익률을 기록했다.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 추이(9월 말 기준, 단위: %). [자료 생명·손해보험협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311/art_1647494140075_865708.png)
주목할 점은 농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 추이다. 농협생명은 2019년 2.61%, 2020년 2.7%로 10개 보험사 가운데 꼴찌를 차지하며 수년째 2%대 이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10개 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2019년 3.63%, 2020년 3.59%이다. 범위를 넓혀 생·손보 상위 각 10개사 총 20개 보험사로 보더라도 3년 연속 최저 수준인 2%대를 나타낸 보험사는 농협생명이 유일하다.
특히 농협생명의 자산규모를 감안하면 낮은 운용자산이익률은 더욱 아쉽다는 지적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총자산은 65조원으로 국내 24개 생보사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 농협생명보다 총자산이 30~35조원 작은 동양생명과 흥국생명은 작년 9월 말 각각 3.55%, 3.27%의 운용자산이익률을 거뒀으며, 45조원 차이가 나는 ABL생명은 3.33%의 이익률을 냈다.
농협생명이 수년째 낮은 운용자산이익률을 낸 데는 매우 보수적인 포트폴리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개 상위사 대부분이 금리와 주가지수 상승에 따른 변액보증옵션 헷지용 파생거래손익 감소 등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2020년 2.7~6.1%에서 2021년 2.7~3.9%대로 변화를 겪었던 것과 달리 농협생명은 꾸준히 2%대로 낮은 이익률을 보인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자산운용 포트폴리오가 그만큼 경직돼있고 비유동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보험사들이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이익을 낼 때 농협생명은 상대적으로 그 폭이 적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험 전문가들은 금리 변동기에는 특히 적극적인 장단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시장에서 자산운용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운용자산이익률은 장기적으로 금리 추세를 따르고 단기적으로는 금융자산처분이익의 변동과 관계가 깊다"면서 "자산듀레이션(투자자산평균만기)을 확대하고 위험자산을 축소하는 등 금융자산처분이익을 확대하면서 채권 보유에 의해 안정적으로 수취할 수 있는 이자수익을 적정하게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이자수익과 금융자산처분이익 등을 적절히 고려한 투자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운용자산이익률의 경우 채권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 주식은 기업기익 증가율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 상승 등으로 이익률이 낮았다"면서 "금리 상승기 채권 리밸런싱, 대출 채권 등 고수익자산 비중 확대 등을 통한 보유이원 제고, 신회계제도 대지 듀레이션 제고를 위한 장기 우량채 투자·채권 선도거래 확대 등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자산 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