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수식 기자] #1. “요즘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아이 둘을 키우는 30대 주부의 하소연이다. 그는 매일 사형선고를 받는 기분이다. 한참 유치원에 있어야할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에게 매달린다. 아침점심저녁 끼니 해결도 힘들다. 부담되는 장바구니 가격에 식품을 들었다 놨다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배달도 부담이다. 배달비가 비싸 음식을 싸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한다. 스트레스로 대상포진까지 걸렸다며 한숨을 뱉었다. (30대 전업주부 전수현(가명)씨의 말)
#2. “지친 하루를 소주에 새우깡을 먹으면 달랬는데 이마저도 힘드네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사회 초년생의 유일한 위로마저 사라져 간다. 코로나 시작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혼술을 한다. 안주는 새우깡이다. 저렴한 금액에서 그가 찾은 최상의 술상이다. 이제 틀린 말이다. 소주는 물론, 새우깡 가격까지 오르면서 매일 밤을 달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고민이다. (20대 직장인 김태형(가명)씨의 말)
전수현 씨와 김태형씨의 말처럼 올해들어 고물가를 걱정하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두부에서 커피, 우유, 음료, 빙과, 스넥, 소주 등 매일 먹고 마시는 식음료들이 경쟁하듯 줄줄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류, 생선, 육류 등 먹거리는 물론 자동차용 휘발유까지 가격인상 대열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자용차용 휘발유는 이미 리터당 1800원 시대에 진입했다. 향후엔 가스요금 전기요금, 교통요금도 후속 인상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난과 실업난으로 고통받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최근 연달아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에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시즌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제품값을 올리려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한민국은 물가통제 불능상태에 빠졌다"는 우려섞인 말까지 나온다. 새해들어 피눈물을 쏟는 서민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물가당국이 원망스러운 서민…탁상공론 이제 그만 = 서민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진다. 또 다른 이는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코로나에 물가, 부동산 등 정말 월급 빼고 다 오르니 ‘헬조선’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대통령 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대통령 후보들이 복지국가, 선진국가를 외치며 서민안정을 이야기 하는데 부디 탁상공론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기 무섭게 밥상물가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서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던 참치캔, 두부는 물론, 애환을 달래주던 소주, 커피, 스낵도 기다렸단 듯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물가를 보면 장바구니 들썩이는 수준이 아니다. 과히 먹거리의 반란이다.
반란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시름을 앓는 서민들은 점점 오르는 가격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밥상물가로도 불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와 교통물가는 각각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식음료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등의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한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경영비용 증가로 제조원가가 상승했다”며 “그동안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등으로 원가인상의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치캔·두부·소주 등 가격표 상향조정 “월급 빼고 다 올라” = 실제 올해 초부터 식음료와 생필품 등의 가격표가 줄줄이 상향 조정됐다. 동원F&B는 지난달 1일부터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를 포함한 참치캔 제품 22종의 가격을 평균 6.4% 인상했다. 이에 따라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50g’은 2580원에서 2800원,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135g 4개입’은 9980원에서 1만480원에 판매된다. 회사는 5년여 만에 가격표를 바꿨다.
두부 가격표도 바뀌었다. 풀무원 5년 만에 수입콩 두부 가격을 올렸다. ‘부침두부 290g’ 제품은 1350원에서 7.4% 올라 1450원으로 변경됐다. ‘찌개두부 290g’ 제품은 1250원에서 8% 인상된 135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서 판매중인 ‘풀무원 국산콩 투컵 두부 600g’은 5690원 대신 5950원짜리 가격표를 달았다.
CJ제일제당의 행복한콩 두부 가격도 올랐다. 가격 정책에 따라 수입콩 두부 가격은 평균 8% 인상됐다. 지난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국산콩 두부 가격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만에 평균 7%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국산콩두부 찌개용 300gx2’ 제품이 4980원에서 5280원으로, ‘양념이 잘배는 찌개두부 300g’ 제품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조정됐다.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소주값도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3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공장 출고가격을 7.9% 인상했다. 360ml 병과 일부 페트류가 인상대상이다. ‘진로’는 2019년 출시 후 처음으로 출고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참이슬과 동일하게 7.9% 인상한다. 회사 측은, 지난 3년 간 14% 이상의 가격 상승 요인이 발생, 지속되고 있으나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무학과 보해양조도 소주값 인상을 알렸다. 무학은 내달 1일 소주 ‘좋은데이’와 ‘화이트’의 출고가를 1163.4원으로 평균 8.84% 인상한다. 무학의 소주 출고가 인상은 2020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보해양조는 내달 2일 ‘잎새주’, ‘여수밤바다’, ‘복받은부라더’ 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 인상한다. ‘보해소주’도 오는 16일부터 출고가를 올린다.
한라산소주도 3년여 만에 가격을 인상한다. 회사는 내달 3일 ‘한라산21’과 ‘한라산순한17’ 등 주요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8%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거래처에 공문을 발송했다. 기존 1081원(360㎖ 기준)이었던 한라산순한17은 1168원으로 8.0% 인상되고 1186원이었던 한라산21은 1285원으로 8.3% 오른다.
‘처음처럼’을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품 가격인상) 검토중에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류 회사들이 연이어 소주값을 올리면서 처음처럼의 가격인상도 조만간 이뤄지지 않겠냐는 게 업계 시선이다.
◆“국민 간식도 오른다”…새우깡 3년여 만에 가격교체 = 소주와 곁들어 먹던 ‘새우깡’도 가격이 오른다. 농심은 내달 1일부로 주요 스낵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6% 인상하기로 했다. 새우깡 출고가격은 7.2% 인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소매점에서 1300원에 판매중인 새우깡(90g)의 가격은 100원 가량 오른 1400원으로 가격표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꿀꽈배기, 포스틱, 양파깡 등 다른 스낵류는 가격이 6.3% 상향조정된다. 농심이 스낵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도 옛말이 됐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탐앤탐스,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가격 인상을 알렸다. 커피믹스도 연이어 가격표를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유업 계열 커피전문점 풀바셋이 커피값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폴바셋은 다음달 1일부터 커피 등 음료 가격을 인상한다. 품목은 총 42종으로 200~500원씩 가격이 조정된다. 폴바셋 대표메뉴로 꼽히는 룽고(스탠다드 사이즈 기준) 가격은 4700원에서 4900원으로, 동일 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도 43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른다.
앞서 올 초 스타벅스 코리아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 중인 53종의 음료 중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를 포함한 46종의 음료가 각각 100원~400원씩 인상했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 경쟁사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커피믹스 상황도 비슷하다. 동서식품은 올해 커피 제품 가격을 평균 7.3% 인상했고, 롯데네슬레코리아도 전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7% 올린다고 했다. 남양유업도 지난 17일부터 커피 제품의 출고가 인상을 진행했다. 스틱 커피 제품들은 평균 9.5%, RTD 컵커피 제품들은 평균 7.5% 인상했다. 남양유업 측은 “국제적 커피 시세 폭등과 물류비 및 인건비 등 전반적인 생산 비용 증가에 따라 불가피하게 출고가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