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냐 관이냐'...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두 시선

등록 2022.02.03 11:03:03 수정 2022.02.03 11:04:20

한은 'CBDC' vs 민간 '암호화폐'...오프라인 결제 대전 예고
금융서비스 '디지털'로 모아져...승패 열쇠는 '속도'

 

[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둘러싼 민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와의 주도권 싸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상자산 투자금액과 관심도는 매우 높다. 또한 유력 대선 후보들이 관련 사안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가상자산의 성장·활용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의식한 듯 한은도 최대한 빨리 디지털 화폐 사업의 결과물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에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정부와 민간의 한판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1단계를 지난달 완료,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공신력을 지닌 법정 통화로서 한국은행권·주화 등 실물화폐와 동등한 교환 비율이 적용된다. 한은은 이미 1단계를 통해 클라우드에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 제조·발행·유통 등 CBDC의 기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2단계'다. 한은은 2단계 사업에서 다양한 추가 기능과 개인정보보호 관련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검증한다. '추가 기능'의 핵심은 '오프라인 결제'다. 한은은 CBDC를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모바일 기기, IC카드 등이 모두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해당 기기에 탑재된 자체 통신 기능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도록 구현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종이돈'이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백화점·마트·시장 등에서 '현금'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 수단이 계좌이체, 카드 등에 국한됨을 감안하면 지폐와 동일한 결제 수단은 소비자의 시간·노력에 따른 비용을 아껴줄 수 있어 강력한 유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유희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반 반장은 "오프라인 CBDC 결제 기능의 경우 모바일 기기 등의 안전한 저장공간에 저장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오프라인에서 CBDC 결제가 이뤄지면 통신사 장애, 재해 등으로 소비자가 지급결제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물 화폐와 함께 백업 지급수단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가상자산'으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디지털 화폐'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개념이 가상자산인 만큼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통해 CBDC처럼 '식당에서 결제를 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가 된 것이다. CBDC와 암호화폐는 발행의 주체가 각각 정부, 민간으로 다를 뿐 화폐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금융의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로 향하고 있다면 화폐의 기본 기능이 '결제'인 이상 향후 이 시장을 두고 민-관이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상자산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가상자산이 화폐로서의 기능보다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가상자산이 정착, 안정화되면 오프라인 결제가 최종 목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결제 기능 관련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 아직 화폐로서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그 정도가 점점 용인 가능한 범위로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 주요 은행들이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는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송금에 이어 결제 기능도 고려한 행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원래 가상자산의 사업 방향도 CBDC처럼 오프라인 결제였는데 코로나19, 정치적 이슈 등으로 인해 다른 사업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는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노드를 채굴하는 사람과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기술보다 금융 부문이 더 큰 조명을 받고 있기에 원래의 사업 목표를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암호화폐는 주식보다 현금화하는 것이 쉽고 CBDC와 다른 점이 탈중앙화 여부임을 감안하면 정부와의 오프라인 '디지털 결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권지현 기자 jhgwon1@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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