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자본적정성에서 '마(魔)의 6%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에 부여한 가장 높은 등급은 '2(+)'로 이마저도 국민은행 한 곳에 불과하다. 오는 3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와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환경 변화가 예고돼 있어 4대 은행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단순기본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이 6%를 넘어선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레버리지비율은 6.15%로 6개월 전(5.9%)보다 0.25%포인트(p) 올랐다. 1년 전(5.87%)보단 0.28%p 개선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레버리지비율은 5.55%이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57%, 5.17%이다.
'레버리지비율'은 바젤Ⅲ 하에서 등장한 자본완충력 개념이다. 기본자본(Tier1)을 대출자산과 파생상품·부외항목 등 감독목적 재무제표상의 모든 위험노출액(총 익스포저·EAD)으로 나눠 구한다. 국제결제은행(BIS)비율과 함께 금융사의 위기 상황 대처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BIS비율이 대출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둬 자산을 조정해 반영한다면 레버리지비율은 위험가중치를 반영하지 않아 자본을 좀 더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금융감독원은 레버리지비율, BIS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를 통해 금융사의 경영실태를 평가하고 있다. 레버리지비율이 7% 이상일 경우 1등급을 부여하며 6%는 2(+)등급, 5% 이상은 2(0)등급을 부여한다. 이에 4곳 중 6%를 넘어선 국민은행만 레버리지비율 2(+)등급을 부여받았다.
주목할 점은 4대 은행의 레버리지비율 추이다. 국내 대형 은행들은 좀처럼 6%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2(+)등급을 차지한 국민은행은 2020년 2분기 6.0%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5.87%로 0.13%p 하락, 5분기 만에서야 다시 6%대로 올라섰다.
신한은행은 작년 9월 말 6개월 전(5.42%)보단 0.13%p 상승했지만 좀처럼 5%대 중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은행도 같은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2020년 9월 말 5.92%를 기록한 이래 내내 5.6% 안팎을 나타내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2020년 9월 말 5.53%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9월 말 5%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이들 3곳 모두 5분기 연속 5%대에서 횡보하고 있는 셈이다.
대형 은행들이 좀처럼 6%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대출자산'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이자이익 급증으로 순익이 크게 늘어 기본자본이 증가했지만 대출자산의 상승세가 워낙 커 총 익스포저 금액이 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신한은행의 작년 3분기 말 기본자본은 28조2674억원으로 전년 동기(26조4399억원)보다 6.91%(1조8275억원) 늘어난 반면 원화대출금은 242조2840억원에서 263조7200억원으로 8.85%(21조4360억원) 증가했다. 이에 총 익스포저는 468조1909억원에서 509조6736억원으로 8.86%(41조4827억원) 상승했다. 지난해 9월 말 레버리지비율이 같은 해 1~2분기보다 상승한 신한은행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므로, 이 기간 레버리지비율이 하락한 하나·우리은행은 신한은행 이상으로 대출자산이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위험'을 내포하는 대출자산이 크게 늘어 적정성 지표가 한계선을 보이는 만큼 국내 대형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각 연 순익 2조원가량을 벌어들이는 4대 은행 가운데 위기대처 능력을 나타내는 레버리지비율에서 1등급은 '전무'하며, 2(+) 등급도 단 한 곳이라는 점은 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4대 은행 한 관계자는 "코로나 시점을 기준으로 대출이 급증해 레버리지비율이 정체된 것 같다"며 "올해 4대 은행 모두 지난해보다는 대출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2020년 하반기 말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대출이 급증해 레버리지비율이 하락했다"며 "건전성 부문은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올해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만큼 지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