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신진 기자] '제2의 벤처 붐'이 불면서 금융지주들이 보유한 벤처캐피탈(VC) 자회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국 벤처펀드 결성액은 사상최대인 6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들은 벤처캐피탈 계열사를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자본 및 경영자문을 제공해 투자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돕고 있다. 투자 회사 창업 초기부터 꾸준한 지원을 통해 향후 지주사와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으며, 투자한 회사의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회수로 인해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64억원) 대비 33% 증가한 규모다. 신한벤처투자는 9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하나벤처스는 13억원을 시현하며 1년 전(29억원) 보다 절반 이상 순익이 감소했다. NH벤처투자는 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작년 동기 당기순이익은 –13억6000억로 올해 58% 이상 개선됐다.
KB인베스트먼트는 1990년 창업중소기업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KB금융은 그룹의 핀테크랩인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KB스타터스’를 모집하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6년 KB스타터스로 선정된 글로벌 유니콘 기업 '센드버드'는 지난 4월 총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투자유치에 성공한 바 있으며, 한국인이 창업한 12번째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K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수익 원천인 투자자산, 운용자산(AUM)이 많은 편이다”라며 “자산이 큰 만큼 투자액도 크고 이에 따른 수익 창출원이 많아 투자 손익도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지난해 9월 29일 네오플럭스의 총발행주식 96.77%를 취득하며 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작년 말 잔여지분 취득으로 완전 자회사가 됐으며, 신한벤처투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신한 N.E.O. 프로젝트’, ‘신한 Triple-K 프로젝트’, ‘신한퓨처스랩’을 통해 혁신기업 육성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 5일 2300억원의 벤처펀드인 ‘신한벤처 투모로우 투자조합 1호’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핀테크, 차세대 다이나믹스, K-콘텐츠, 바이오 분야 등을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 육성의 초기 단계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하나벤처스는 지난 2018년 10월 하나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3분기 기준 현재까지 600억원 규모의 8개의 프로젝트 펀드 및 285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정해 운용하고 있다. 하나벤처스는 ‘스타트업 경진대회’도 개최해 스타트업들을 선발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또한 글로벌 벤처캐피탈로의 도약을 준비중이다. 해외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기회 발굴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우수 벤처캐피탈과의 협업 등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NH벤처투자는 2019년 11월 농협금융지주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올해 9월까지 총 4호의 펀드를 결정했다. NH농협금융은 NH벤처투자를 통해 범농협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농협금융의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자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강성빈 현 대표이사는 내년 말까지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단기간 내 적자 폭을 크게 줄인 성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제 1벤처붐에 이어서 2020년대 제 2벤처붐이 일어나고 있다”며 “벤처 업종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속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벤처캐피탈 자회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다만 벤처 붐에 따라 향후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이성욱 재무담당 전무(CFO)는 비은행 자회사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비은행 계열사는 증권사이며, 벤처캐피탈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벤처캐피탈 자회사는 기존 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설립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재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