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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노조 “직원 ‘실적압박’에 극단적 선택…책임자 징계 촉구”

18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
“올해 초 신설된 스타팀, 운영방식 문제 많아 개선 필요”
“은행 측과 직원 자살로 몰고 간 책임자 공개 사과하라”

 

[FETV=오세정 기자] KB국민은행에서 한 직원이 실적압박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이 “실적 중심의 영업 우선주의가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제도 개선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노조)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KB국민은행 지역영업그룹 ‘스타팀’ 소속 직원 A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책임자를 해임하고 사측이 공개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타팀’은 올해 초 신설된 조직으로 우량 법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신규 영업을 유치하는 특수 조직이다. 전국 30여개 지역영업그룹에서 각 3명씩 차출돼 총 90명 정도의 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스타팀이 졸속으로 신설되면서 직원들에게 지나친 실적압박이 가해졌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A씨의 극단적 선택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A씨는 업무부담과 실적압박에 내몰리면서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가 하면 과도한 흡연, 당뇨병 등 건강상의 문제도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지속적으로 지역영업그룹대표 B씨와 업무 스타일이 잘 맞지 않는다는 고충을 토로해왔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노조가 공개한 A씨의 비망록에 따르면 ‘(X 대표와)정중하게 맞서야 한다’로 시작했지만 결국 ‘어찌 보면 조직에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싫으면 떠나면 된다. 인연에 얽매이지 않는 곳으로…’ 등이 적혀 있었다.

 

 

노조는 “올해 신설된 스타팀의 경우 성과평가는 아웃바운드사업본부가, 역량평가는 지역영업그룹에서 하는 이원 평가 구조 문제와 함께 매주 수기 실적보고·독려가 확인됐다”며 “이에 대해 고인은 이중, 삼중의 실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느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 측은 스타팀의 과도한 목표 부여와 실적체크를 중단하는 등 운영방식과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며 “해당 지역영업그룹 대표를 즉시 해임하고 아웃바운드사업본부 책임자를 경질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박홍배 KB노조 위원장은 “새로운 조직에 가면 인사(KPI)평가를 일정기간 면제해주는 관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쪽지를 보내고 확인 전화를 하는 등 과도한 압박을 줬다”며 “이번 사건은 새로운 조직에 개인이 적응해 뿌리내리기 전에 숨쉴 틈도 없이 몰아붙인 사용자 측의 실적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해 발생한 죽음 앞에 사과의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게 금융산업의 현실”이라며 “국민은행 전 회장과 현 회장 모두 책임을 지고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