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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직장도 내맘대로 못 옮긴다고?"...보험설계사들, 국민권익위에 제소 추진

보험사간 자율협약 맺어 보험설계사 3년간 3회 이동 시 보험영업 코드 거부 ‘또 다른 갑질’
GA일각, 고아계약 예방 등 명분 삼아 영업활동 제한 ‘기본권 침해’...국민권익위 제소 추진
보험권 "승환계약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험소비자 피해우려"..."최소한 규제 장치 필요"

 

[FETV=오세정 기자] 보험사들이 보험설계사들의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이하 GA)로의 이직 등 인력 이탈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6개월 또는 최장 1년간 보험영업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당국 역시 먹튀 설계사 및 이른바 '고아계약' 예방 그리고 승환계약 방지 등을 명분으로 3년간 GA를 3회 이상 이동한 보험모집인에 대해 보험영업활동을 제한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GA업계 등 보험영업조직 일각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는 물론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며 반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보험사들의 갑질에 적극 대응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2일 보험 및 GA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모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자사 전속 보험설계사들의 GA로의 이탈이 잦아지자 자사 상품 판매를 금지시키겠다는 공문을 내보냈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들의 GA로의 이탈이 심화되자 타 조직으로 이동할 경우 자사 상품판매를 금지토록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영업조직에 내려보내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이는 엄연한 갑질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는 일부 특정 보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보험사들이 '자율협약'을 맺어 3년내 3회 이상 이직을 한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세중 보험설계사노조 위원장은 "보험설계사들의 자율적 이직을 보험사들이 막고 있는데 대해 금융당국에 의견을 제기했으나, 보험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이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불공정하고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설계사들도 회사를 옮기게 되면 본인들이 손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옮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상급자나 소속 GA 또는 보험사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보험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참아햐 하는가"라며 "(자율협약은) 매우 부당한 규정"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경영진간 갈등으로 상품 제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은 대형법인보험대리점인 A+에셋에 영업코드를 금지시켜 상품판매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삼성생명의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보험모집인으로 위촉해 영업코드를 내줘야 하지만 A+에셋 소속 설계사들에 대해서는 위촉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양사간 이같은 관계가 구축된 것은 과거 인력스카우트 논란에 따른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A+에셋을 설립할 당시 오너가 삼성생명 임원 출신으로 삼성생명의 영업조직을 대거 스카우트하면서 양사간 갈등을 빚은 바 있다"면서 "이에 삼성생명이 A+에셋이 설립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판매제휴를 하지 않아 A+에셋 소속 보험모집인들은 삼성생명 상품을 팔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500인 이상의 GA는 최소 3개 이상의 보험상품을 소비자에게 비교 설명해주도록 의무화돼 있다"면서 "그러나 삼성생명과 상품 판매 제휴가 돼 있지 않다보니 좋은 상품이 있더라도 A+에셋 소속 모집인들은 삼성생명의 상품을 권유할 수 없어 결국 소비자들의 혜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와 GA간 자율협약을 맺을 당시에도 보험사들은 3년간 2회를 주장했으나, 금융당국이 보험사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결국 3년간 3회로 조정한 것"이라며 "당시에도 GA업계의 반발이 컸으나, 결국 보험사들의 로비에 밀려 불공정한 협약을 맺게 됐다"고 했다.

 

이에 그 동안 상당수의 보험설계사들이 이직 제한 규정에 묶여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으나,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GA업계 한 지사장은 "리쿠르팅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이 맞아 함께 일해보고자 하는 보험설계사들이 있어도 불공정한 협약 때문에 권익을 침해받고 있다"면서 "GA 본사 역시 자율협약에 묶이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아무리 좋은 인재여도 영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금융당국도 뒷짐을 지고 있는 만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고아계약 방지를 위한 소비자 권익보호, 먹튀설계사 방지 등은 허울좋은 명분일뿐 실질적으로는 보험사들이 자사 설계사들의 이탈 방지를 막기 위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없다.

 

이에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들이 잦은 이동은 보험가입자의 금전적 손실 야기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모 GA의 한달간 모집 실적을 분석해 보니 약 4만건 중 7000여건이 한달도 안돼 승환계약건으로 적발됐다"면서 "승환계약은 결국 보험가입자의 금전적 손실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들의 권익보호도 필요하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험소비자의 피해 예방 및 권익 보호가 우선"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승환계약으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보험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들이 GA로 상당히 많은 수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승환계약이란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고, 기존에 가입돼 있는 보험계약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승환계약은 보험계약 중도해약에 따른 보험가입자의 금전적 손실, 새로운 계약에 따른 면책기간 신규개시 등 보험계약자에게 부당한 손실을 발생할 우려가 있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보험업법에서는 6개월 이내의 보험계약 전환, 중요한 사항에 대한 비교·고지의무 불이행한 경우를 승환계약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보험사 및 보험모집인에 대해 과징금 및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