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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정제마진 저조·일촉즉발 중동 정세…정유업계 ‘노심초사’

18년만 ‘마이너스’ 기록 정제마진…中·아세안 중심 과잉공급 탓
美-이란 군사갈등 국제유가 상승 촉발, 장기적으론 ‘악재’

 

[FETV=김창수 기자] 정유업계 수익성의 지표인 정제마진이 지난달 18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미국-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 폭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정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월별 평균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1년 6월 이후 약 18년 만이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셋째주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시설 드론 테러 이후 공급 감소 우려로 인해 10.1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셋째주에는 -0.6달러를 기록하며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주간 기준 마이너스로 하회했다. 이후 소폭 상승하는가 싶더니 12월 둘째주 0달러에 이어 셋째주에 -0.7달러로 곤두박질치면서 월 평균 -0.1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사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이 수치를 밑돌고 있는 만큼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정제마진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는 과잉 공급이 꼽힌다. 세계 경기 둔화로 정유제품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는데 중국과 미국,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되려 공급이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하루 평균 110만배럴, 말레이시아는 30만배럴, 브루나이는 17만배럴 규모의 신규 정제시설을 가동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로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둔화됐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란간 군사 갈등으로 인해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 위기에 놓여 유가 폭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당장 국내 정유업계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에 일시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에 구매한 원유 재고의 가치가 올라 단기적으로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급격히 상승한 국제유가가 원상 회복되는 과정에서 기존에 구매한 원유 재고분의 가치가 하락해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한 지금의 美-이란 간 갈등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국내 기업들은 정제마진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원유 소비 증가 같은 정상적인 유가 상승과 달리 돌발 이슈에 따른 유가 상승은 원유 가격만 올릴 뿐 석유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7일 현재 원유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중동산 두바이 원유는 배럴당 69.65달러,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역시 모두 이전 종가보다 오른 각각 68.91달러와 63.27달러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제마진이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로 개선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IMO 2020는 올해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이 규제로 인해 저유황유 재고 소진 효과로 연초 선박 경유(MGO)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