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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이대훈 NH농협은행장, 2년 임기 관행 깨고 사상 첫 3연임 성공

 

[FETV=유길연 기자] '농협금융 최초 3연임 최고경영자(CEO)'.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작성한 기록이다. 그는 뼛속부터 ‘농협인’으로 지내오면서 농업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영업능력을 키웠다. 이 행장의 ‘영업본능’은 경력 내내 빛났고 농협은행 사상 최초 '1조원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그가 보여준 경영 능력을 볼 때 새롭게 주어진 1년 임기 동안 ‘비이자·해외법인 부문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를 푸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현장서 구르며 키운 ‘현장체질’, 영업력 강화로 이어지다
 

이 행장은 1960년 6월 21일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그는 담임 선생님이 학비가 무료인 농협대학교에 진학하라는 권유로 농협대에 진학했다. 그는 농협인이 될 생각이 없었지만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꿈을 키웠다고 전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1981년 포천농협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뛰어난 영업능력은 현장경험에서 비롯됐는데, 포천농협 시절 교과서에는 없는 보물 같은 지식을 쌓았다. 그는 포천농협에서 일하면서 과수를 출하하고 생활물자를 하나로마트에 공급하는 일을 했다. 또 서울 마장동에 가축을 팔 때는 분뇨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체질’은 1994년 농협 안성교육원 조교수로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됐다. 그는 교수로 일하면서도 영농기술을 배우러 전국 어디든 찾아갔다. 교육원 옆에 7000평 규모의 실습농장을 조성하고 돼지 200마리, 닭 2000마리를 자연농법으로 키우는 축사도 세웠다. 자연농법을 배우기 위해 경북 경주에 내려가 비닐하우스 옆 창고에서 한 달 동안 합숙하며 닭똥을 치우기도 했다. 실습장에서 10만 명이 참여한 박람회를 열고 영농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 TV 방송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2004년에 농협은행 경기도청 출장소장을 맡았다. 그의 현장체질은 뛰어난 영업력으로 이어졌다. 이 후 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과 서울영업본부장으로 올라 당시 전국 하위권이던 영업실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 시절 아침마다 다른 영업점으로 출근해 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영업 능력이 우수한 직원에게 노하우를 배워 다른 지점의 직원에게 전파하고 영업 관련 포럼과 100~200명이 참가하는 맥주파티 등을 열면서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

 

 

■실력으로 이룬 ‘파격인사’...농협상호금융에서도 증명한 영업능력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한 그는 2016년 농협상호금융 대표로 취임했다. 상무급 직책을 거치지 않고 농협상호금융 대표로 곧장 승진해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행장에 대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신뢰를 읽을 수 있다. 이 행장은 2017년까지 대표로 지내면서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농업인을 지원하는 데 노력했다. 

 

그는 취임과 함께 ‘소비자 만족(CS) 3.0’을 선언했다. 소비자만족 3.0은 기존 고객 만족의 개념을 뛰어넘어 고객 중심의 혁신적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고객 서비스의 실천과제 등을 율동으로 표현한 ‘CS 3.0체조’도 직접 만들어 직원들에게 보급했다.

 

또 그는 농협상호금융 대표로 있으면서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상품인 '행복이음패키지'도 내놓았다. 행복이음패키지는 농협이 판매금액에 비례해 기금을 조성하고 농업인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추가로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다. 행복이음패키지는 2017년 6월 출시된 뒤 한 달 만에 판매액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 사상 최대 순익 달성 등 실적으로 답하다

 

이 행장은 이처럼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지난 2017년 12월 29일 제4대 농협은행장에 올랐다. 그는 회사를 ‘아시아 최고의 협동조합 은행’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하며 농업을 보호하고 키우는 농협의 가치 구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행장은 또 농협은행을 농협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사업기반을 확대하고 새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새 성장동력은 ‘디지털화’와 ‘글로벌화’이다. 그는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에 기반을 둔 혁신적 콘텐츠와 기술을 확보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다른 업종과의 융·복합을 추진해 인터넷전문은행과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디지털부문 선도은행’으로 회사를 키울 것”이라며 “농협금융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특성에 맞는 사업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행장은 농협은행의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현지 법인을 직접 방문하고 주요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동남아시아 진출 사업을 손수 챙기고 있다. 그의 진두지휘로 농협은행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작년 11월 베트남 호치민에 대표사무소를 열었다. QR코드를 이용해 별도의 결제 및 환전 수수료가 들지 않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현지 공략을 확대했다. 올 상반기에는 베트남 현지에 출시된 ‘올원뱅크 베트남 버전’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충전, 이체, 송금, 결제, ATM출금) 서비스도 선보였다. 

 

작년 9월에는 캄보디아의 소액대출법인 사믹(SAMIC)을 인수해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를 출범하기도 했다. 사믹 인수는 NH농협은행 최초의 해외 금융회사 인수 사례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프놈펜, 시하누크빌, 시엠립 등 캄보디아 3대 도시를 거점으로 삼아 소상공인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디지털화에도 적극적이다. 이 행장은 지난 4월 '혁신을 통한 초격차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을 경영비전으로 제시하고, 추진전략으로 ▲디지털 뱅크 혁신 ▲디지털 신사업 도전 ▲디지털 운영 효율화 ▲디지털 기업문화 구현 등 4대 전략과 중점 추진과제를 수립했다.  

 

이에 농협은행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통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으로 출근하고 '디지털 익스플로러'라고 쓰인 명함을 들고 다니며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행장의 이러한 경영행보는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2017년 농협은행 순이익은 6513억원에 불과했으나 이 행장 취임 후 작년 1조2181억원으로 87% 급증했다. 또 올해 3분기에는 작년 동기(9339억원)보다 27.6% 증가한 1조192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실적 쾌속질주 덕에 이 행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농협금융 최초 3연임 달성이라는 기록을 작성했다. 3년간 임기를 이어가는 것은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처음이다.

 

■ 멀고도 먼 비이자부문 강화...해외부문 경쟁력 확보도 숙제

 

새로운 임기를 앞두고 있는 이 행장 앞에 놓인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농협은행은 다른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이자이익 비중이 큰 수익구조를 바꿔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총영업이익(일반 관리비,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제외한 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의 비중은 93%를 기록했다. 이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나머지 4개 은행의 평균치(86%)에 비해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자이익 비중이 가장 낮은 신한·우리은행(85%)에 비해서는 8%포인트 높다.

 

농협은행의 높은 이자이익 비중은 이 행장의 임기 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행장의 임기 1년차인 지난 2018년 농협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은 95%로 1년 전에 비해 그대로였다.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올해 3분기 누적치는 작년 말에 비해 2%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농협은행의 이자이익 편중 심화 현상은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고려해볼 때 불안요소이다. 올 3분기에 5대 시중은행들은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율(NIM)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NIM도 1.79%로 전년 동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이자부문에서 실적이 크게 줄어들면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탁, 유가증권 투자 등 비이자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글로벌 영토 확장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근 농협은행은 동남아 지역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상반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가 192개인 점을 고려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중국과 호주 등에서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IB(투자은행) 시장’ 진출을, 중국에선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중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프로필

 

▲1960년 경기도 포천 출생 ▲1979년 포천 동남종합고등학교 졸업 ▲1981년 농협대학교 협동조합과 졸업 ▲1981년 포천농협 입사 ▲1985년 농협중앙회 ▲1994년 농협 안성교육원 조교수 ▲2004년 농협은행 경기도청 출장소장 ▲2009년 농협은행 서수원지점장 ▲2010년 농협은행 광교테크노밸리지점장 ▲ 2012년 농협은행 프로젝트금융부장 ▲2014년 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 ▲2016년 농협은행 서울영업본부장 ▲2016년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 ▲2017년 12월 제4대 NH농협은행장 취임 ▲2018년 12월 농협은행장 연임 ▲2019년 12월 농협은행장 두 번째 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