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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물투데이]"포니정 아들 정몽규입니다"...HDC그룹 정몽규의 승부수

공격적인 경영으로 사업 다변화 추구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건설·골프·스키·리조트·면세사업까지…항공업과 시너지 기대
재계 17위까지 뛰는 HDC그룹, 국내 1위 항공사 도약 준비

 

[FETV=김현호 기자] 12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이날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역사적 사건(?)을 출입기자들 앞에서 공식 선언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흥분된 마음을 추스르려는듯 긴 호흡으로 몸을 한차례 가다듬은 뒤 출입기자들을 향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를 큰 소리로 외쳤다. 그의 입가엔 어느덧 긴장감은 사라지고 엷은 미소가 번졌다. 사진기자의 카메라 후레쉬가 정 회장을 향해 연달아 터졌고,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과정을 비롯한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건설전문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사실상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현대자동차 신화를 일궈낸 '포니정'의 장남 정몽규 회장. '포니정'의 승부사 기질을 이어 받은 정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제대로 통한 것이다. 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높은 인수금액은 필수적이었다. 현산은 항공경험을 내세운 애경그룹 컨소시엄보다 약 1조원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파격 배팅’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의지가 강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실무진에게 “그룹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회사다.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정은 정 회장의 결단력 있는 승부사 기질이 다시 발휘한 순간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故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 故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회장은 탁월한 경영능력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겸비한 경영자로 알려졌다. 그는 또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의 틀을 넓히는 경영을 발휘했으며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현대자동차에서 경영수업을 받다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1993년 정주영 회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포니’ 정 이라는 별칭도 얻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도 있다.

 

 

정세영 명예회장의 ‘포니’정은 정 명예회장이 현대차를 경영했을 당시 1974년 처음으로 국산 자동차 모델인 포니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선친이 타계한 후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과 장학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시작된 이번 아시아나항고 인수전은 선친의 못다 이룬 꿈을 항공산업으로 이루려 한다는 해석이 깔려있다.

 

선친에 이어 2005년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자리 오른 정몽규 회장은 해외 플랜트, 토목 등 건설사의 핵심 사업을 확장시키지 않았다. 오직 주택사업에만 열을 올렸다. 대신 정 회장은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그룹의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5월 HDC 지주사를 출범시키며 새로운 산업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때문에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그룹의 미래를 계산한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이미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사의 사업과 항공업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정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장에서 “항공사들이 기내 면세 사업을 하고 있다”며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몽규 회장은 그룹의 주력 산업인 주택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인수를 진두지휘한 정경구 현대산업개발 CFO는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주택 산업 대신 레저, 골프, 호텔, 면세 등 사업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손잡고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올해 4월에는 골프·스키리조트인 한솔오크밸리도 사들였다.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끼리의 시너지를 유발하기 위한 설계였다.

 

앞으로 무리 없이 인수가 확정되면 HDC그룹은 재계 33위에서 재계 17위로 올라서게 된다. 정몽규 회장은 앞으로 ‘땅콩회항’, ‘물컵 갑질’ 등 각종 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을 넘어 국내 항공업계 1위까지 키운다는 전략이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항공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시아나항공도 지금까지 악순환이 이어졌다"며 "(인수후) 부채비율이 300% 이하로 떨어지면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