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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 선봉장'

 

[FETV=유길연 기자]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조직혁신과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농협금융의 '체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김 회장은 경제 관료 시절 익힌 전문성과 소통능력으로 관료적 문화가 강했던 농협금융을 변화시키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 엘리트 경제관료에서 금융그룹 회장으로  

 

김 회장은 30년 동안 엘리트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지난 1957년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원에서 공직 생활을 출발했다. 이 후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을 거치며 금융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탄탄대로만 걷는 것 같던 김 회장은 금융정보분석원장 시절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휘말려 야인(野人) 생활을 하게 됐다. 이 기간 그는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철저하고 꼼꼼한 업무처리 덕에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의 하마평에 꾸준이 이름을 올랐다.  

 

그러던 중 2018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됐다. 금융그룹 수장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당시 농협, 수협 등의 협동조합과 국책은행을 비롯한 특수은행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 경력을 인정받았다. 임명 당시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농협문화와 조직, 사업 전반을 이해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에게 농협금융 회장 자리는 또 다른 위기였다. 농협금융은 엘리트 경제관료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농협금융지주는 상위 조직인 농협중앙회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과 농협 생명보험·손해보험 등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 

 

농협금융 출범 후 1때 신충식 전 회장, 2대 신동규 전 회장, 3대 임종룡 전 회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특히 2대 신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5월 사퇴 결심 당시 한 매체에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나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농협금융 5대 금융그룹 반열로 이끌어 

 

농협금융은 지주사 출범 후 주요 금융그룹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해인 2017년 농협금융은 당기순이익 8598억원(지배주주지분순이익 기준)을 달성했다. 하지만 주요 금융그룹에 비해서는 초라한 실적이다. 같은 해에 KB금융그룹은 농협금융의 순익에 비해 약 3배 넘게 많은 3조3114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도 각각 2조9177억원, 2조368억원에 달했다. 

 

또 경영효율성 지표에서도 주요 금융그룹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농협금융은 2017년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각각 0.23%, 4.78%을 기록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하나금융(ROA 0.58%, ROE 8.77%)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치다. 건전성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나타냈다. 농협금융의 2017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로 금융지주(신한 0.63%, KB금융 0.69%, 하나금융 0.77%)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대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79.71%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취임 후 특유의 전문성과 소통능력으로 농협금융을 이끌어나갔다. 그는 취임사에서 농협금융의 첫 번째 과제를 ‘체질 개선’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이 보수적이고 관료화돼 있다는 비판을 일각에서 제기한다”며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해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업무관행이 있다면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추진했다. 인력 전문성을 제고하고 계열사 사장단 평가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 50여 개도 운영키로 했다. 애자일 조직은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문화다. 

 

업무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화'에도 앞장섰다. 올해 김 회장은 그룹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2300명을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화도 김 회장의 체질개선의 중요한 축이다. 최근 NH농협은행은 홍콩투자청과 한국스타트업기업의 홍콩 진출 지원 방안 등에 논의를 가지는 등 그룹 계열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김 회장은 리츠운용사 설립 통한 부동산금융 진출과 캐피탈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고 자회사간 협업 투자금융(IB)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진했다. 범농협 ‘NH멤버스’도 구축해 수익창출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농협금융은 실적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2%(3591억원) 늘어난 1조 2189억원(지배지분이익 기준)을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당기순익 1조 3937억원을 기록해 이미 작년 전체 순익을 넘어섰다. 지주사 출범 후 최대 실적이다. 

 

경영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농협금융의 작년 ROA, ROE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0.07%, 1.71%포인트 오른 0.30%, 6.49%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개선돼 연환산 ROA, ROE가 각각 0.43%, 9.14%를 기록하고 있다.  연말에도 호실적이 이어진다면 농협금융은 창립 후 가장 높은 자산과 자본 운영 효율성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작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년 전에 비해 0.14% 줄어든 0.91%를 기록했고 대손충당금 비율도 97.27%로 약 18% 올랐다.  올 3분기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8%로 전년말 대비 0.13%포인트 개선됐으며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00.87%로 전년말보다 3.6%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개선으로 농협금융은 5대 금융지주사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 비은행부문 강화로 진정한 체질 개선 이뤄야 

 

김 회장에게 비은행부문 강화는 임기 말까지 해결해야할 과제다. NH농협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순익 가운데 85%는 NH농협은행에서 나왔다. 신한금융지주의 은행 부문 비중이 69%, KB금융지주 72%인 점을 감안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은행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김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작년 1분기 은행 비중은 74%였던 점을 고려하면 농협금융의 은행·비은행 간 불균형은 더 심화된 셈이다. 특히 농협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NH투자증권은 김 회장의 고민거리다. NH투자는 투자은행(IB) 경쟁력을 바탕으로 증권사 순익 상위 5위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2792억원의 순익을 거둬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NH투자는 상반기 주식자본시장(ECM),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모두 최상위권의 성적을 올려 IB 수수료수익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은 NH투자 전체 지분 가운데 49.11%(보통주 기준)만 소유하고 있다. NH투자 실적의 절반 가량 만 가져가는 구조다. 문제는 추가 출자를 통해 NH투자를 다른 금융지주사 처럼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시가총액이 약 4조원인 NH투자를 지분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대략 2조원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NH농협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현재 13%대로 14~16% 수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아 출자여력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NH농협금융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포괄적 주식교환도 시도할 수 없다.

 

김 회장의 연임은 내년 4월까지다. 농협금융의 실적 증가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은 연임 후에도 김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프로필

 

▲1976년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8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1985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1991년 프랑스국립행정학교 대학원 국제행정학과 졸업 ▲2002년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 과장 ▲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2006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2008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국장 ▲2009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2011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2014년 법무법인 율촌 고문 ▲2018년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