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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삼성, SK 등 경쟁사에 깐깐해진 LG…왜?

삼성전자와 ‘8K TV’ 전쟁 선포 이어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분쟁’
취임 2년차 맞아 ‘책임경영‧성과주의’…분위기 쇄신 및 기술력 강조

[FETV=조성호 기자] “LG가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경쟁사와의 대결 구도에도 적극 나서면서 할 말은 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매우 깐깐해진 모습이다.”

 

LG그룹을 두고 나오는 평가다. 그동안 인화와 화합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기업 문화에서 이제는 공개적으로 이전투구도 불사하는 등 독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경쟁사와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서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과의 대결이 그것이다. 전례 없는 맞대결에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깊숙이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구 회장이 재계 ‘형님’ 겪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민 양상이다. 삼성전자와의 8K TV 품질 논란도,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도 모두 LG가 선제공격에 나서며 촉발됐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국제가전‧IT 전시회 ‘IFA2019’에서 삼성전자 8K TV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기자들을 불러 더욱 노골적인 공세를 이어갔다.

 

LG전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삼성전자 QLED 8K TV 신제품을 직접 분해하고 핵심 부품을 뜯어 들어 올리는 등 공개적으로 비방하고 나섰다. 자사 기술력을 자랑하는 자리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분해하고 이를 폄훼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경쟁사의 기술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이와 관련된 검증 보고서마저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에 나서자 LG전자가 전례없는 초강수를 뒀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서 경쟁사 기술력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묵시적인 관례였던 것을 비춰보면 LG전자의 이날 설명회는 관례를 깨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은 더욱 거침이 없다. 지난 4월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했다. 더욱이 이 사실이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후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등 양사 CEO간 회동이 압수수색 전날인 16일 열리며 원만한 합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 이날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 손으로 끝나면서 향후 양사간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경찰이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와 서산공장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에 진행하면서 양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LG가 이전과 달리 경쟁사와의 불협화음도 마다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 이전 LG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2년차인 지금 확실히 LG그룹의 색깔이 선제적이고 공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를 앞세운 구 회장이 그룹 문화마저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요 경쟁사와의 다툼을 보면 자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비방, 소송전 등을 통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도록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한편으로는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