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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취재후기] 토종기업 죽이는 무분별한 불매운동 없어야

최고경영자 사퇴에도 여론 잠재우지 못해
애꿎은 중소기업들 불매리스트에 이름 올라

 

 

[FETV=김윤섭 기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정부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측의 조치에 맞서 국내 기업에 규제 품목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등 맞대응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 단교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일본 정부의 예상치 못한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산업이 혼란에 빠졌고 정부와 각기업은 긴급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와 재계를 중심으로 소재산업 부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론이 커지고 있다.

 

국가 산업의 기초 체력 역할을 하는 글로벌 경쟁력 갖춘 중소기업이 절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정밀화학, 자동차 등 국가 주요 산업과 관련된 소재 분야를 담당한 경쟁력 갖춘 중소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가산업이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각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축적된 기술 및 마케팅 파워 등을 갖춘 중소기업이 포진해야한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일본을 넘어설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거나 국가간 분쟁에서 자유로운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영향에 대한 중소 수입업체 의견조사’ 결과 52%의 기업이 일본 백백국가 제외 조치에 대한 대응책이 미흡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 토종기업이 '보이콧 재팬'과 맞불려 불매운동의 뭇매를 맞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콜마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막말 영상' 논란으로 촉발된 한국콜마 불매운동은 1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거나 여성을 비하할 의도가 없는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이었다"며 공식 사과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10% 초반대의 일본 지분이 포함된 것을 놓고 한국콜마가 일본기업이라는 근거없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콜마는 일본 기업이 일부 지분을 투자했지만 어엿한 한국기업이고 ‘K뷰티’를 선도해온 토종 중소기업이다.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잘못과 왜곡된 정보로 인해 회사와 임직원, 고객사들까지 줄줄이 피해를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콜마 직원들은 연일 불매운동 중지를 호소하고 있다. 혐한 발언을 쏟아내는 일본 DHC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인 데도 일본 제품과 싸잡아 불매운동의 타킷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콜마가 일본기업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한국콜마 측은 억울함과 해외시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그래도 중국시장에서 최근 'K뷰티'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고 일본 화장품 즉, 'J뷰티'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콜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중소 화장품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화장품 수출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옥석을 가리는 눈이 필요하다"며 "자칫 불매운동의 칼끝이 국내기업으로 향해 토종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로 막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 등에선 이번 한국콜마 불매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한국콜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본이나 중국 화장품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 기사가 하나 둘씩나오는 등 김칫국물을 마시는 실정이다. 

 

한국콜마의 경우만 불매운동의 피해를 입는게 아니다. 특히 최근 일부 일식점을 비롯한 소상공인이 불매운동에 휘말리거나 직격탄을 맞는 등 몰살을 앓고 있다. 롯데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다이소 등도 일본 기업으로 오인 받아 해명하는 등 해프닝도 잇따랐다.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불매운동을 경계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