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재계


경영복귀하는 오너 일가…대한항공, 탈출구 안보인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으로 복귀…사과없는 복귀에 대한항공 자충수 되나
‘음주 비행’할 뻔한 기장 경고조치, 고발한 사무장은 강등?…‘박창진’ 떠올라
조현민·조현아 복귀(설)에 대한항공 주가하락…오너 일가 복귀로 실적 반등 미지수

 

[FETV=김현호 기자] 밀수, 폭행, 폭언 등의 문제로 시끄러웠던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 이후 줄줄이 경영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물의를 빚었음에도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는 그릇된 모습에 회사 주가가 떨어졌다. 명분과 실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음주 비행’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고발자를 강등 조치한 대한항공의 조치에 '땅콩회항'을 세상에 알린 박창진 사무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故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6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고문이 됐다.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 한 것이다. 그는 지난달 관세법 위반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국적기를 통해 해외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과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또 3700만원의 추징 명령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부과했다.

 

이명희, 조현아 두 모녀에게 아직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2일 두 모녀에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 했다. 검찰은 이명희 전 이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각각 벌금 3000만원,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보다 형(刑)을 강화해 이 전 이사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법정 구속은 피했지만 검찰이 기소한 관세법 위반과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이사장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고문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이 6월부터 창업주인 故 조중훈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추모사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명희 전 이사장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직함을 달고 그룹 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내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故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다. 상속하지 못한 지분을 법정 상속하게 된다면 이명희 전 이사장의 지분은 5.94% 가량이 된다. 이는 오너 일가인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6.30%),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27%),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6.26%)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징역형을 선고 받고도 사과한마디 없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는 모습이 보이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명희 전 이사장의 자녀들도 속속 경영복귀를 하거나 앞두고 있다.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무는 지난달 10일 경영에 복귀했다. 갑질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자 쫓겨나다 시피 했지만 14개월 만에 복귀한 것이다. 한진 측은 조 전무가 법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났기 때문에 복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땅콩회항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사실상 경영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생과 모(母) 모두 한진그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책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곧 경영 복귀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진그룹 측은 오너일가의 경영복귀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조현민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자 관련 기업 주가는 하락했다. 6월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회사인 한진칼은 하루 전보다 2.65%(1150원) 내린 4만2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설이 나온 이후 8일 한진 칼의 주가는 전일 대비 6.95%가 하락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회사에 주가를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KCGI가 연일 한진 일가를 경계하고 있지만 최근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 사측은 향후 10%까지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진 일가에 우호적인 델타항공으로 인해 오너 일가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리스크’ 이외에도 땅콩회항 문제를 부각시킨 박창진 대항항공 사무장과 겹치는 문제가 대항항공 내에서 다시 발생했다. 여객기 내에서 ‘술’달라고 한 기장은 경고 조치에 처하고 이를 고발한 사무장은 팀장직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폭언과 욕설을 한 사무장이 팀장으로써 자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강등시켰다”고 설명했다. ‘술 마시고 음주 비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유발한 기장에 대해 경고 조치만 내린 것이다.

 

이 문제는 당시 주변 사람들의 증언까지 나왔지만 대항항공 측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구두 경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사람은 같은 기내에 탑승한 승무원이었다. 이들은 술을 요구한 기장이 사무장에게 ‘사과’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기장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사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영진 문제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대한항공이 이번에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악재가 겹쳤다. 30년간 독점적으로 운항을 해오던 인천~몽골 울산바토르 노선을 경쟁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취항했기 때문이다. 한·몽골간 항공 수요가 높아져 1국1항공사 체제를 1국2항공사 체제로 바꾼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취항하게 된 것이다. 이 노선은 성수기 시즌인 6~8월에 탑승률이 90%에 육박한다. 여객 수요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확보하고 있던 한·몽골간 노선 이윤이 하락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대한항공은 악재에 악재가 겹친 모습이다. 특히 ‘내갈 길 간다’는 한진 일가의 행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자 자식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망가진 한진그룹을 오너 일가가 어떤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