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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쿠팡 김범석의 ‘닥공’…"무리한 투자인가 과감한 도전인가"

김범석 대표, 이커머스 업체 매출 압도적 1위 쿠팡 세워
매출, 1위지만 그에 반해 지난해 손실액 2017년比 62% 증가
갑질 의혹에도, 손실에도 공격적인 투자 멈추지 않는 김 대표의 뚝심경영
20억 달러 투자가 김 대표의 권한을 분배했다는 말도 나와

 

[FETV=김현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온라인 쇼핑 거래 누적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자상거래가 늘어났다는 말이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이커머스라고 불린다. 이커머스란 전자상거래의 약자로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해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일컫는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은 2017년에 비해 20%가량 성장했다. 올해는 20.8%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쇼핑을 하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쇼핑을 즐겨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백화점, 쇼핑몰, 대형 마트 등도 연이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유통 업계는 ▲SNS를 통한 이벤트 ▲할인 쿠폰 ▲배송 서비스 등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내고 있다. 점점 커지는 규모에 맞춰 유통 시장도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이커머스 시장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쿠팡’이다. 이런 쿠팡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쿠팡 그 자체’로 평가받고 있는 김범석 대표다. 그는 과감한 투자로 쿠팡을 이커머스시장 1위 기업으로 올려놨다. 이를 두고 유통가에선 "무모한 투자다", "불도저식 경영이다", "선구자적 경영능력이다" 등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그는 1978년 생으로 2010년 8월 쿠팡을 설립하고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젊은 CEO로 등극했다. 쿠팡은 초기에 SNS를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소셜커머스로 쿠팡을 설립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며 2017년 쿠팡을 이커머스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변화를 시도한 쿠팡은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로켓와우, 쿠팡맨 등 차별화된 전략을 쏟아내며 업계 1위에 등극 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조4227억원이었다. 2017년 대비 65% 가량이 증가한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역사상 가장 높은 매출고를 기록했다. 이는 경쟁 업체를 압도적으로 재친 기록이었다. 티몬, 위메프, 11번가 등 이커머스 업체는 약 2조5800억원에 그쳤다. 쿠팡과 약 두 배 가량이 벌어졌던 것이다. 김범석 대표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 한 기록이었다.

 

쿠팡의 최대 장점은 압도적인 물류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2014년 3만7000평에 그쳤다. 하지만 2016년 22만1000평으로 확장했고 2018년도는 37만평에 이르는 물류센터를 확보했다. 이는 축구장 167개와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전국 12개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렸다. 이에 따른 로켓배송 서비스 품목 수는 500만 종에 이르렀다. 김범석 대표의 공격적인 투자로 2014년에는 6만 종에 그쳤지만 4년 만에 100배 가까이 증가시킨 것이다.

 

압도적 1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김범석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있다. 높은 매출에 가려져있는 적자와 연이은 동종업계의 견제 때문이다. 늘어난 매출이 영업이익으로 나타나야 하지만 쿠팡의 손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 손실액은 1조970억원이다. 2017년 대비 62%가 늘어난 것이다. 당기순손실도 1조원을 넘었다. 이는 2017년에 비해 65%가 증가한 수치였다.

 

이처럼 손실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애석하게도 엄청난 물류센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범석 대표가 ‘돈 드는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늘어난 규모와 함께 지난해 인건비도 늘어났다. 쿠팡은 2018년도에만 인건비를 1조원 가까이 지출했다.

 

늘어만 가는 적자에 쿠팡은 중소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협력업체에 수수료 인상과 공급단가 인하를 통보했고 협력업체는 ‘회사가 생존 자체의 위협을 느껴 쿠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공급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업체들과 조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커머스 1위 업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일종의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늘어만 가는 적자와 더불어 동종업계의 연이은 견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연이어 신고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16일 쿠팡을 상대로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메프가 선보인 가격 인하를 방해하고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했다는 것이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은 자사의 음식점 리스트를 입수해 불공정해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의 식음료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가 입점 업체를 찾기 위해 배달의 민족과 계약해지를 촉구하며 수수료 인하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배달의 민족 측은 이를 바탕으로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신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쿠팡 갑질’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정위는 서울지방사무로 신고된 내용을 본부로 이관한다고 19일 밝혔다. 화장품 업계 실적 1위를 기록한 LG생활건강도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상품 반품 금지 ▲배타적인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연이은 동종업계의 견제에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소프트뱅크로부터 엄청난 투자를 받아 이커머스 업체 1위를 지키고 있다”며 “아무래도 동종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은 4월11일 단독대표 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로 전환됐다.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김범석 대표의 의사결정권이 1/3로 축소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 받은 20억 달러의 대가가 쿠팡의 대표이사 체계를 바꿨다고 전했다. 결국 쿠팡의 늘어만 가는 적자로 인해 ‘자본잠식’이 벌여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김범석 대표의 권한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풀이된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에게 투자 받는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기 때문에 김범석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쿠팡을 현실에 안주시키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려 놓으려는 김 대표의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대표는 상당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산업에 대해 "지속 가능한 투자 받기가 업계 1위의 조건이 될 전망" 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