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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벼랑 끝에 서다

서경배 회장의 능력과 30년 넘는 경험에 힘입어 업계 1위에 올랐던 아모레퍼시픽
서 회장의 지분문제와 실적부진, 라이벌 기업의 도약으로 흔들리는 아모레퍼시픽
연이은 부진에 보수까지 급감한 서 회장, 30년 만에 경영능력 도마에 올라

 

[FETV=김현호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6월은 한 해 중 가장 특별한 달이다. 전신인 ‘태평양’은 아모레퍼시픽으로 2006년 6월 탈바꿈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2006년 6월 사장자리에 오르며 13년 동안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2018년 6월에는 용산 신사옥을 열며 ‘용산시대’를 맞이하기도 했다.

 

서경배 회장은 화장품업계에서만 30년 넘게 활동했으며 현재는 대한화장품협회 회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서 회장의 경영 능력과 경험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대한민국 화장품 사업을 이끄는 기업이 됐다. 2009년도에는 대표상품인 ‘설화수’가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매출액 5000억을 넘어섰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주요브랜드인 헤라,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등이 실적 호조를 보이며 2013년 매출이 3조1400억원에 달했다. 이는 화장품 매출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현재 삼중고(三重苦)에 둘러 싸여 있다. 실적부진, 지분정리, 라이벌 기업의 도약 등이다. 2019년 1분기도 사(社)측의 기대 섞인 입장과 다르게 흘러갔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2016년까지 절정에 이르고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하향곡선을 본격적으로 기록했다. 실적은 해마다 감소했고 지난해 매출은 1% 오른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무려 25% 감소한 5495억원을 기록했다. 서경배 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가 담긴 치약을 사용했다는 문제로 2016년 10월 소비자들에게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에뛰드하우스’의 컨실러 제품에서 중금속 물질인 ‘안티몬’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매출은 1조4513억,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21%가 빠져나간 1866억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해외 사업은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었고 투자 지속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들며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드문제 이후 3년간 지속된 부진이 10분기 연속 이어졌기 때문에 ‘다소 감소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뷰티업계의 중론이다. 해외 사업매출도 영업이익이 44% 감소한 459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부진으로 인해 2016년 7월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14조원 가량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 최대주주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대부분이 아모레퍼시픽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주요 자회사가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화장품 사업 중 매입액 규모의 75%가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실상 서경배 그룹이라는 것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최대주주는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보유지분이 35.40%에 달한다. 그런데 이 그룹의 최대주주가 53.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서경배 회장이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분 10.7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이기도하다.

 

이런 문제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인 ‘에스트라’로 연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인 ‘에스트라’가 약 80%의 매출을 그룹 일감에 의존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2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이 같은 지분 구조는 서경배 회장이 사실상 아모레퍼시픽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입지에 있는 것이다. 기업의 회장은 수많은 주주들에게 견제를 받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경영이 악화일로를 지속적으로 걷는다고 해도 서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수 없는 지분구조를 띄고 있다. 서 회장의 경영으로 실적부진이 지속된다면 주주들의 불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경배 회장은 앞으로 지분정리에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마련한 ‘사익편취 규제완화’법안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방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는 상장 30%, 비상장 20%이다. 또 계열사 지분을 50%넘게 보유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국내 매출이 12% 이상일 경우 규제대상이다.

 

공정위는 이를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사익편취 규제 범위를 모두 20%까지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입법을 해야 하는 국회가 ‘패스트 트랙’여파로 휴업상태이고 하반기는 2020년 총선일정으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지분율은 법이 아니라 시행령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사익편취를 규제할 수 있다.

 

여기에 업계 라이벌인 LG생활건강과 영업이익이 1000억원 넘게 차이가 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1분기 매출이 13%늘어난 1조8748억, 영업이익은 13.5% 증가한 3221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돌파한건 창사 이래 최초의 일이었다.

 

이 같은 아모레퍼시픽의 악화일로에 서경배 회장의 보수도 급갑했다. 서 회장은 2017년 7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보수 총액은 30억원 규모에 그쳤다. 1년만에 40억에 감소한 것이다. 서경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를 즐겨야 한다”는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속적인 부진을 서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