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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금호그룹,아시아나항공 이탈로 왜소한 체격 불가피

아시아나 빠지면 자산규모 3조원대
금호고속ㆍ금호산업의 초라한 실적
박세창 사장 경영능력 둘러싼 우려

 

[FETV=김윤섭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의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채권단 지원을 받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호그룹 자산 규모의 7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빠져나간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 빠진 금호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했다. 지난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보유지분 33.5%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채권단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그제서야 채권단은 ‘OK’사인을 보냈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하늘을 찾아 날개를 활짝 펼 거란 시장의 기대도 크다.

 

문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빠진 이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덩치가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어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지분44.2%)·아시아나IDT(76.2%)·아시아나에어포트(100.0%)·아시아나세이버(80.0%)·아시아나개발(100.0%)·에어서울(10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채권단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일괄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회사들도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통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그룹의 다른 주요 계열사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도 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IDT·아시아나에어포트의 종속회사로 묶여 있다. 이 기업들도 함께 매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면, 재계 서열(자산 기준) 25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2018년 60개)에서 밀려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지난해 자산 규모 8조1911억원)을 제외한 금호아시아나그룹(11조4894억원)의 자산 규모는 3조~4조원대에 불과하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10조원 이상)뿐만 아니라 공시대상기업(5조원 이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수준이다.

 

 

▲금호고속ㆍ금호산업의 초라한 실적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오너 3세이자 금호고속의 2대 주주인 박세창 사장(지분 21.0%)이 그룹 경영권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이 팔리면 박세창 사장이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직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을 거란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박세창 사장에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우선 계열사 중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기준 26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 것마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이 지난해 각각 309억원, 42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뿐이다. 그마저도 아시아나항공이 2016~2017년 연간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계열사들의 사업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특히 금호산업은 야심차게 진행한 공항사업(흑산·울릉공항)이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채 표류 하고 있다. 게다가 2017년 이후로 해외시장에서는 단 한건의 계약도 따내지 못했다.

 

▲경영능력 검증대 오른 박세창 사장

 

박세창 사장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것도 부담 요인이다. 박 사장이 거쳐 간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IDT의 성적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있었던 2014~2016년 실적은 꾸준히 하락했고, 결국엔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아시아나IDT는 꾸준한 실적을 냈지만 박 사장의 경영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시아나항공과의 내부거래 덕을 본 것이라는 봐야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이 빠지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규모 면에서나 실적 면에서나 중견기업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제2의 도약을 노려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전면에서 그룹을 이끌어나갈 것이 유력한 박세창 사장을 향한 평가도, 남은 계열사들의 경쟁력도 기대보단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