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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부실시공 논란 일으키는 '선분양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전가

1970~1980년대 주택 부족으로 건설사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제도 도입
현 제도하에 수요자, 견본주택만 보고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 지불해야
‘후분양제로 가면 분양가 올라’...“제도가 어떻든 수요자가 지불하는 금액 큰 차이 없어”

 

[FETV=김현호 기자] 4월 말 입주예정이라고 밝힌 A씨는 “모델하우스를 통해 봤던 모습과 다른 실제 모습에 당황했다”며 “시공 후 달라질 수 있다는 건설사의 입장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선분양제’로 인한 피해였다.

 

선분양제는 건설사들의 금융부담 등의 이유로 1977년 도입된 제도다. 1970~80년대는 증가하는 인구수와 도시계발계획에 따라 많은 건설사들이 등장하게 됐다. 10만km² 채 되지 않는 좁은 땅에 주택을 세우기 위해선 ‘꿀벌집’으로 불리는 아파트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는 투입비용이 많이 들어 건설사들이 자금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아파트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선분양제’를 채택하게 됐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기 전 수요자를 모집해 이들을 통해 자금을 공급 받고 아파트를 짓게 된다. 수요자는 약 2~3년 동안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을 지급하며 완공된 이후 집에 입주하게 된다. 이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당시 부동산시장을 단기간에 해소하는데 일조했다.

 

선분양제는 건설사에게 득이 되는 제도다. 대형 건설사가 갖고 있는 자사 브랜드의 평판을 통해 많은 수요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선분양제는 아파트를 짓기 전 수요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완공이 되면 그에 따른 아파트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수요자들은 이른바 ‘분양 프리미엄’을 얻게 돼 많은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선분양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투기'로 인한 집값 상승이다.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는 시세차익을 노리며 집을 선분양 받고 집값이 오르면 팔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금력이 없는 수요자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결국 개인부채가 쌓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때문에 청약시장이 과열돼 분양 시장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주변 집값도 상승하게 된다. 이는 집값 안정화를 부동산 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제도다. 또한 주택 공급과잉, 가계부채가 증가하며 서민 경제에 부담을 줄 우려도 있다.

 

선분양제와 다른 말은 ‘후분양제’다.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후분양제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후분양제는 수요자가 초기 비용을 내지 않고 공공아파트의 경우 공정률이 60%이상 된다면 분양할 수 있는 제도다. 후분양제의 최대 장점은 수요자들이 부실시공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충북 제천에 공급된 1층 출입구가 없는 아파트가 대표적인 부실시공 아파트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건설사들이 제공하는 견본주택,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완성된 주택을 통해 집을 살 수 있어 수요자는 여력에 맞는 집을 매매할 수 있다.

 

때문에 완성된 집을 직접 보고 구매를 할 수 있는 ‘후분양제’로 부동산 시장의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분양제 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에서는 후분양으로 제도를 바꾸게 되면 결국 피해는 수요자가 갖고 올 수 있다는 이유로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자금 확보가 되지 않은 건설사 입장에서 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짓게 되면 결국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후분양제를 채택해야한다는 입장에서는 “선분양제하에서 수요자가 조달하는 금액과 후분양제로 인한 금액이 비슷할 뿐이지 분양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분양가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 후분양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건설업체의 반발과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미온적 태도로 유야무야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LH 공공부문 주택’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2021년 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기도시공사도 내년부터 공정률에 따라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