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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물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불붙나…SK·한화·애경·롯데·CJ·신세계 등 5파전

SK, 지난해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설 나와
한화, 항공엔진 제조 등 M&A 때마다 후보 거론
애경, 제주항공 운영 경험으로 그룹 도약 노려
CJ·신세계도 잠재 후보군으로 이름 올려

 

[FETV=김윤섭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2위의 국적항공사 인수를 위한 기업간 치열한 인수전이 예고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사업 시너지와 인수 여력 등을 고려할 때 SK그릅과 신세계그룹, 한화그룹 등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물류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CJ그룹과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호텔신라 등도 잠재적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구도가 예상보다 치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후보로 언급되는 해당 기업들은 모두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면밀히 검토하며 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매각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금호, 결국 아시아나 항공 매각 결정

 

금호아시아나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수정 자구계획'을 접수했다. 박삼구 금호 회장은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

 

금호는 수정 자구안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대한항공에 이어 제2국적 항공사로 금호그룹 품에서 30년간 항공업 노하우를 쌓은 아시아나항공이 새주인을 찾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서는 최소 1조원에서 2조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 가치는 5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부채비율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투입 등을 감안하면 1조~1조5000억원, 많게는 2조원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곧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자본력+시너지'…항공업 진출 한수 둘까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SK그룹이 꼽힌다. SK그룹은 작년 7월부터 이미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흘러나와 이에 대한 공시 요구를 받은 바 있다.

 

SK그룹측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인수설을 부인했지만, 최규남 전 제주항공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행보가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읽혔다.

 

SK그룹의 가장 큰 강점은 충분한 자금력이다. 지난해 만기 상환 용도가 아닌 순발행 회사채만 3조3000억원을 발행했고, 올들어 2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유동성 상황은 탄탄하다. 신규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로도 충분하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과 연계한 신규 상품 출시 등 관광사업은 물론 SK텔레콤 가입자를 통한 아시아나항공권 할인혜택 등 다양한 시너지 사업이 가능하다.

 

SK그룹 측은 여전히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12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를 조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그룹도 유력 후보군이다. SK그룹처럼 M&A를 통해 그룹 규모를 확장했다는 점, 김승연 회장이 항공 사업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화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항공운송사업을 전개할 경우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가 높다는 평가다. 또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점 등 면세점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한화 역시 인수설을 부인하며 "에어로케이에 대한 투자는 소수 지분만 취득한 단순 재무적 투자이므로 항공업에 대한 의지로 볼 수 없고, 부품은 항공기제조업과 관련된 것이지 항공업과는 무관하다"면서 "일각의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지난해 저가항공사(LCC) 에어로케이항공에 160억원을 투자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만큼 항공 사업 진출에 재도전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도 항공 사업에 관심이 많다. 신세계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으며, 2017년 티웨이항공을 2000억원에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했다. 최근에는 계열사를 통해 플라이강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신세계도 한화와 마찬가지로 면세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용진 회장의 신사업 투자 의지가 강하다는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서비스업에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기업 이외에도 주요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CJ그룹은 CJ대한통운을 필두로 한 물류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항공물류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CJ는 2012년 금호산업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한 인연이 있으며, CJ헬로비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도 상당하기 때문에 자금력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도 아시아나 인수 시 시너지 효과 등 손익계산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애경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전략적투자자나 재무적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과 CJ그룹 역시 "전혀 계획이 없다. 논의 중인 내용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수익이 개선되고 매력적인 업종으로 꼽히는 항공업 진출 기회가 열려 다양한 강도로 인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인수전에 뛰어드는 기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과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 등 투입되는 자금이 만만치 않아 예상외로 인수 후보자가 적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2의 국적항공사로 30년간 금호의 품안에서 하늘을 누볐던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하늘은 어느 곳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