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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人文學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음식

  • 기자
  • 등록 2019.02.21 08:57:26
  • 수정 2019.02.21 08:59:48

 

[이주익=영화제작자]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고 세련된 매너나 교양도 없는 젊은 남자가 숱한 미녀들이 나를 숭배하고 따를 거라며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소원을 이룬다. 비결은 하나, 이 청년은 영국인이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미국인들은 영국식 발음의 영어 앞에서 약해진다는 사실을 풍자한 에피소드다. 아무리 자기들이 돈이 더 많아도 ‘원조’에 대한 동경은 하루아침에 극복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음식이야기를 하려는데 먼저 영어 발음 이야기를 꺼낸 건 음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있어서다.

 

서양 사람들의 프랑스 요리에 대한 동경이 그것이다. 요즘 프랑스 파리를 가보면 골목골목에 피자를 파는 피짜리아가 있고, 파스타도 파는 트라토리아 역시 흔하다. 그러나 이태리에선 로마, 피렌체, 밀라노 어디를 가도 프랑스 레스토랑은 흔하지 않다.

 

음식 무역의 불균형이라 부를 만하다.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에도 이태리 음식의 진출은 몇십 년 들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만이 아니다. 아시아에서도 최근 들어 타파스라고 해서 스페인 요리를 내는 간이식당이 이곳저곳 생겨나고 있다.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코 돼지로 만드는 햄인 ‘이베리코 하몽 베요따’가 스페인산 와인과 함께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스페인 사람들이나 이태리 사람들의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이들도 입 밖으로는 내지는 않지만 내심 부러워하는 게 있으니 오랜 세월 세계적으로 쌓아 올린 프랑스 요리의 명성과 권위다. 최근 들어 바뀌는 경향이 보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왕실이나 미국의 화이트 하우스에서도 국빈 만찬 메뉴는 전통적으로 풀 코스 프랑스 요리를 내었다.

 

일본의 경우도 국빈 맞이 공식행사에서 프랑스 요리를 중시하기는 마찬가지다.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이태리 사람이나 스페인 사람들도 속으로는 프랑스 요리가 가지고 있는 ‘넘사벽’같은 도도한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 있는 판에 그렇지 않은 형편의 영국이나 독일 북유럽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내놓고 인정하고 또 부러워한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내놓고 부러워하는 게 오히려 콤플렉스가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요즈음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지금 노년에 접어드는 세대가 젊었던 시절에는 떳떳하게 일본 문화나 일본 제품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못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게 옳지 않다고 여겼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는 일본식 라멘을 좋아하고 이자카야를 즐기며 저가 항공권을 찾아서 일본으로 맛집 순례를 가기도 하고 온천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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