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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종현·최태원 崔씨부자의 '역발상 DNA'...재계를 흔들다

 

[FETV=정해균 기자] #1. SK그룹엔 다른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복지포인트 프로그램이 있다. SK그룹 임원의 경우 직급별 포인트를 활용해 자신의 차량을 선택할 수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임원의 경우엔 차량 대신 현금을 받아도 된다. 적립포인트에 따라 직급에 상관없이 이용 차량의 차종이 달라질 수도 있다. 마치 신용카드 결재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적립포인트처럼....   

 

#2. SK그룹의 올해 신년회는 예전과 180도 달랐다. 최고경영자가 단상에 올라 임직원을 상대로 훈시하듯 그룹 회장의 말을 전하는 그저 그런 수준의 신년사가 아니었다.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 대신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대담이 끝난 뒤 마무리 발언하고 말단사원에서 CEO까지 어울려 격의없이 대화하는 열린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유로운 토론 방식으로 진해된 대담은 사내방송을 통해 전국 지사와 영업소, 생산공장 등으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뿐 아니다. 직원들은 행복 요건으로 꼽힌 구성원 성장과 평가, 워라벨 등과 관련한 실시간 투표에 참여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3.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6월 사내방송을 통한 직원과의 대화에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느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대해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일부 훼손돼도 괜찮다"는 다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두 가치의 충돌시 기업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라는 SK그룹 총수인 최 회장의 메세지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역발상 DNA'가 아들인 최태원 SK 회장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를 읽은 최고의 승부사'로 불렸던 최 선대회장은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섬유회사에 불과한 선경(현 SK)을 글로벌 종합에너지·ICT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았다.

 

 

최 전 회장의 대표적인 역발상 사례로는 폴리에스테르 필림 국산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 반도체사업 진출,  화장 실천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 사비를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 등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최 전 회장의 '역발상' 은 최 회장의 하이닉스(현재 SK하이닉스) 인수와 그 후 과정을 통해 여과없이 투영됐다. 최 전 회장은 지난 1978년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 보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2012년 아들 최 회장의 하이닉스 인수로 아버지의 도전은 완성됐다.

 

2012년 3월 SK의 하이닉스 인수 당시 반도체시장은 최악의 불경기를 맞을 때였다. 하이닉스는 계속된 적자로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선뜻 사려는 곳이 없었다. SK 내부에서도 인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하지만 최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야성적 충동)을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또 설득했다.

 

여기에 더해 최 회장은 하이닉스를 인수한 첫해에 3조85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과감히 투자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업체들이 투자를 주저할 때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역발상'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물론 주변 참모와 지인들은 그같은 결단에 대해 한결같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했다. 회사를 말아먹을 것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최회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히려 추가 투자라는 용단을 내렸다. 이듬해인 2013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자 SK하이닉스는 '초우량 기업'으로 서서히 변신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178억 달러(19조9700억원)로 2017년 상반기 114억 달러보다 56% 증가했고, 순이익만 7조4498억원을 올렸다. 2017년 기준 D램 점유율은 27.7%로 세계 2위, 낸드 점유율은 11.1%로 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