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남주 기자] 서울 아파트 광풍이 식어가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가 최고 1억5000만원까지 낮아지고 있지만 매수자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의 쓰나미식 부동산 규제가 약효를 발휘하기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17억원을 밑도는 매물이 등장했다.지난 9월 최고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호가가 1억5000만원가량 낮아진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9월 최고 31억원에 거래됐지만 그 뒤 이같은 수준의 호가는 사라졌다. 서초구 반포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사는 "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매수 문의조차 없다"며 "재건축 단지를 시작으로 일반 아파트 호가가 하락세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서울아파트 값이 지난 5일 기준 1년 2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둘째 주부터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60주만에 멈췄다. 강남 3구는 재건축단지 위주로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며 3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강남 3구중 가장 송파구는 낙폭이 -0.10%에 달했다. 송파구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물은 종종 나오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며 "매수자가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개포동 등 강남구 인근에도 급매물을 중심으로 호가를 1억원 가량 낮춘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개포동 인근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인이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싼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급매물을 제외하면 내년 초까지 거래가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용산구도 2주 연속 아파트값 하락세를 기록했다. 용산구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호가를 7000만원가량 떨어뜨린 매물이 나왔지만 매수자가 없다"며 "매수 문의가 종종 오긴 하는데 지금은 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과 대출, 세금을 아우르는 9·13대책이 이상 과열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하지만 하방 경직성이 강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대세 하락장'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은 아니지만 조정 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8·2대책 후에도 집값이 안정됐다가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 뛰었다"며 "현재는 급증 요인이 많이 제거된 만큼 당분간 조정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