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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산업, 토종기업 역차별 없어야

[FETV=김수민 기자] 과거 정치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유행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불공정한 경쟁적 환경을 꼬집어 ‘기울어진 운동장’ 이란 비유적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경쟁에서 승리하기란 거의 거의 불가능하다. 정치권에 유행하던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요즘 국내 IT업계에도 유행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인공지능(AI)스피커의 경우가 그렇다. 4차산업 시대와 함께 AI 기술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기업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중 최근 통신·IT제조업계는 AI스피커에 주목하고 있다.

 

AI스피커 시장은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국내 AI스피커 시장엔 삼성전자를 비롯,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진출하며 '전(錢)의 전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글로벌 IT기업인 구글까지 ‘구글홈’ 한국어 버전을 출시하며 글로벌 전쟁을 예고했다.

 

AI스피커의 머신러닝은 사용자의 음성, 얼굴 등 바이오 정보가 많을 수록 품질이 향상된다. 따라서 데이터의 총량이 중요하다. 아마존, 구글 등은 전세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일찍감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데이터의 총량에서  앞서는 상황이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다. 후발 주자인 토종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아이러니하게 유독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바이오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개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바이오정보의 원본을 수집할 수 없다. 이 가이드라인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구글 등 세계적인 ICT 기업은 별다른 규제 없이 음성 정보의 원본을 확보할 수 있다.

 

사용자의 음성 및 오디오의 원본을 저장할뿐 아니라, 구글 사용자는 구글이 확보한 사용자의 음성 원본을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이나 KT 등 토종 기업과는 출발점부터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IT업계 관계자를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문제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6일 과기부 국감에서 박성중(자유한국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로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 역차별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IT업계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동안 글로벌 사업자와 토종 기업의 역차별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다.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비단 AI스피커 분야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토종 기업을 역차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사라져야한다. 불공정한 게임 룰은 결국 국가 경제를 왜곡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운동장은 평평해야 공정한 게임이 진행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한다. 정부가 4차산업 육성 정책과 함께 토종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그리고 이들 토종 기업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게임을 펼칠 수 있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의 규제를 풀어 자율 경쟁 구도를 만들거나, 글로벌 기업을 국내 규제 안으로 포함시키는 등 '평평한 운동장'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토종 기업과 글로벌 기업을 막론하고 게임은 공정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