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남주 기자] 자동차 연쇄 화재사고로 촉발된 BMW 리콜 사태가 한달을 맞았지만 수리를 마친 리콜차량이 전체 리콜 차량의 26%에 그치는 등 리콜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지난 20일까지 리콜 대상 차량의 26.3%인 2만8000대 리콜 조치를 마쳤다. BMW코리아는 잇따른 화재사고로 2011∼2016년 생산된 520d 등 42개 디젤 승용차 10만6317대를 리콜 조치했다. 리콜 대상 차량 4대중 1대만이 수리를 마친 셈이다.
지난달 20일 리콜이 시작된 뒤 한달만이 지났지만 전체 리콜 대상 BMW 자동차 4대중 1대만 겨우 수리를 마친 셈이다.
BMW코리아는 이번 리콜에서 주행 과정에서 엔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와 밸브를 개선, 부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를 청소(클리닝)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이고, EGR 밸브 오작동으로 냉각되지 않은 뜨거운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침전물에 불이 붙으면서 엔진 화재가 발생했다는 게 BMW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화재의 원인이 EGR 모듈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의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BMW가 화재 사고의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있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리콜 대상 BMW 차량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국소비자협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하고 자체 실험 결과 화재의 원인이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주행중에도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된 전자제어장치(ECU)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자체 실험에서 리콜 대상이 아닌 차는 주행중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 있는데 리콜 대상 차는 이 밸브가 열리도록 소프트웨어가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BMW코리아 측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진행 중인 화재 원인 검증에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고, 우리도 여기에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소프트웨어 문제는 없다는 게 BMW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리콜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BMW 화재는 진행형이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내부순환로를 달리던 BMW X5에서, 17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BMW 320i에서 불이 났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2010년식 528i 차량에,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320i 차량과 대전 유성구에서 750i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차량은 모두 리콜 대상이 아니었지만 불이 났다. 다만 리콜에 응해 수리를 받은 차량 가운데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리콜을 하기 전 화재 가능성이 큰지를 파악하기 위한 긴급안전진단의 진행률은 99%까지 올라갔다. 지난 20일까지 10만4800대가 안전진단을 받았고, 800대는 예약 대기 상태여서 700여 대가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독일 본사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리콜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리콜에 적극 응한다면 리콜작업을 연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