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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막겠다는 금융당국...지나친 간섭에 '취준생' 등 곳곳 혼란

금융당국의 신입사원 채용 절차 모범규준 두고 금융권내 "지나친 경영간섭" 끌탕
금투업계 "성과로 보상하는 업의 특성 무시"...금융당국, 의무 아닌 선택 해명나서
금융권, 직원채용 획일화는 경쟁력 도태 우려...취준생들도 바뀐 채용절차에 불안

 

[FETV=장민선 기자]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내 적잖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실제로 채용비리를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금융회사는 물론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당국의 블라인드 채용방식 압박에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해 내놓은 채용 절차 모범 규준에 맞춰 진행하려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학연 및 지연을 이용한 채용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번지면서 금융당국의 의지대로 금융권내 채용절차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정부의 지나친 사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이란 지적이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채용 시즌을 맞이한 금융회사들이 채용비리 예방이란 취지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신입사원 채용 가이드라인에 맞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금융권은 당국에서 채용 공정성을 주문한대로 각 유관기관과 공조해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도입,이에 맞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신입사원 채용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모범규준의 핵심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다. 즉 금융권에 제시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기존의 기업들이 흔히 사용해 온 '블라인드 면접'과 질적으로 다르다는데 있다.

 

즉 금융권에 제시된 신입사원 지원자의 '스펙'을 선발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연령이나출신지 뿐만 아니라 출신 대학교도 오픈해선 안된다. 더구나 금융회사들은 지원자들의 전공이나 학점조차도 모른채 선발해야 한다.

 

 

특히 성과를 토대로 임금수준이 달리 적용되는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자본시장의 특성과 전혀 맞지 않는 채용 방식이라며 급변하는 사회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무)성과에 따라 보수를 달리 받는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업의 특성을 완전 무시한 처사"라며 "금융당국이 사(私)기업의 채용 방식까지 관여하는 건  지나친 월권이자 경영간섭”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내 채용 방식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채용절차 모범규준 도입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의 신입사원 채용 시 필기전형과 블라인드 채용은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해명,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공정한 채용문화 정착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각 금융회사 자율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즉 '자율'을 가장한 '반강제'라는 의견이 적지않은 셈이다.

 

중견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늘 공정하고 투명하게 채용과정을 진행해왔다"면서 "올 하반기의 경우에는 첫 케이스라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있기에 이에 맞춰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기업 자율이라고 주장하나,  모범 규준까지 마련해 제시하면서 자율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직원채용의 핵심은 얼마나 성과를 내고, 회사를 위해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는 것"이라며 “블라인드 방식으로는 이를 선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융투자업계의 경우 각 직원별로 성과를 낸 만큼 이에 따른 보상을 확실히 차별화한다는 점이 큰 특성인데 블라인드 방식으로 일괄 채용할 경우 되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은행 및 카드업계 등 전 금융권내 제기되고 있다.

 

중형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사기업의 직원채용도 정부가 정하는대로 해야 한다는 게 과연 민주적이고, 시장경쟁주의 부합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면서 "채용비리의 경우 적발되면 형사처벌하면 되는 일로, 법치주의에 의거해 처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 하반기 신입사원 30명 정도를 선발할 예정"이라며 "30명 선발하는데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도 비효율적이지 않나"면서 "임원면접 등을 거치는 것은 영업현장에 대한 감각과 성장 가능성 등을 많은 경험을 보유한 선배로서 자질여부 등을 종합 평가하는 것인데 아무것도 보지말고 시험성적순대로 뽑으라는 거 자체가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입사원 채용을 준비하는 기업 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도 적잖은 혼란을 빚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취업준비생은 “채용을 앞둔 시점에서 채용과정의 변화는 취준생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라며 “혼란이 없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명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열린 금융권 취업 박람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박모씨(27)는 “금융권 채용방식이 많이 변하고 있어서 금융권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취업준비생 주현지씨(26)도 “최근 금융권에서 필기전형에 중점적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취준생들 사이에선 서류전형 이후에 필기시험을 열심히 준비해야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서 금감원 측은 "블라인드채용과 필기전형 의무화를 강요하고 있다는 여론을 인지하고 있으며 금융업권 및 개별 금융사의 채용 특성을 감안해 회사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