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오너보다 보수 더 받은 증권사 '차장님' 화제

상여금·인센티브 따라 임원보다 많이 받는 경우 多
보수 양극화 우려에 사생활 침해 논란

[FETV=장민선 기자] 한 차장급 증권사 직원이 올해 상반기에만 22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한국투자증권의 김모 차장으로 그는 회사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 보다 10억원 가까이 많은 금액을 받았다.

 

성과급 체계가 정착된 것으로 알려진 증권업계에서는 보수가 최고경영자(CEO)를 뛰어넘는 직원도 수두룩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증권업계 특성상 ‘성과에 따라 보상’...양극화 우려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투증권 김모 차장은 상반기에만 22억2999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이 받은 13억1135만원은 물론 유상호 사장(20억2755만원)이 받은 급여보다도 많은 액수다.

 

김모 차장은 연차 수당을 포함해 급여로 1억1120만원을 받았고, 상여금이 21억1878만원에 달했다. 김 차장의 보수에는 2014~2016년에 발생한 성과급 중 이연된 9억원과 지난해 성과에 대해 올 상반기 받은 성과급 12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런 고액 급여가 가능한 건 영업·판매 결과가 수치로 나오는 증권업의 특성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실적 중심'의 인센티브 급여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이처럼 직급을 뛰어넘는 연봉 체계가 일반화돼 있다. 실적 중심의 성과급 구조로 인해 임원이 아닌 팀장, 부장, 차장, 과장급 직원도 고액 연봉을 받을 기회가 있다.

 

한투증권 측은 성과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기업문화가 사내에 정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투자금융 운용 부분에서 국내 증권업계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사장보다 급여가 많은 직원의 존재가 공식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소문도 줄곧 들어왔고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기업문화가 있어 내부적으로 특별히 놀라거나 신기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사 내 직원끼리도 연봉 격차가 커 증권업계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시 호황에 영업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성과금과 인센티브를 높게 받아 일반직 직원들과 성과금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투증권의 경우 본사영업(운영/리서치) 부문 남성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억3946만원 수준이었지만, 리테일 영업 부문은 7819만원, 기타부문은 6571만원으로 격차가 컸다. NH투자증권도 영업부서와 지원부서의 연봉격차가 3500만원 가량 큰 차이를 보였고 삼성증권도 최대 4000만원 정도로 큰 격차를 보였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에도 본사영업 부문에 근무하는 남자직원의 경우 7316만원을 받은 반면 관리/지원 부문에 근무하는 남자직원은 평균 5985만원으로 집계됐다.

 

 

◇ 중소형 증권사, 고액 연봉자 많아 눈길

 

재미있는 것은 대형 증권사보다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실무자급 고액 연봉자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상위 5개 증권사에서는 직원 2명이 5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반면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부국증권, 유안타증권 등 중소형사에서는 1~2명의 실무자가 고액연봉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에서는 강정구 영업지점장(6억7800만원)이 윤용암 전 대표이사(35억7100만원)에 이어 두번째로 가장 많은 보수를 수령했다. 한화투자증권에서는 최모 상무가 급여와 상여를 포함해 9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장급인 유모 부장은 8억3800만원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는 김형진 신한금투 사장이 5억 원 미만의 보수를 받아 구체적인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김동률 과장, 최석원 부서장이 각각 8억3800만원, 9억4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SK증권에서도 구기일 부장, 김태훈 부장이 각각 8억7700만원, 7억2600만원을 받았고 부국증권에서는 류찬열 차장이 8억5500만원, 정원석 과장이 6억2900만원을 수령했다.

 

키움증권 김익래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6억1895만원이었다. 유안타증권에서는 차장 두 명이 6억원대 보수를 받았다. 임성훈 차장이 6억5500만원, 전기범 차장은 6억4100만원으로 채권과 유가증권 중개 영업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컸다.

 

업계에서는 고연봉 공개에 대해 다소 불편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연봉을 공개하면 사회적으로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아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열심히 일한 게 성과로 이어져 회사로부터 받은 돈인데 이로 인해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진도 아닌 개인의 실명과 연봉 세부 내역이 공개되면 이를 통해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는 앞으로 반기보고서에 높은 보수를 받은 임직원 명단을 공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감사 등 회사 경영진에 한해 개인별 보수가 5억원 이상일 때 공개했다. 그러나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는 일반 임원과 직원까지 포함됐다. 공시 대상은 5억원이 넘는 임직원 상위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