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국민·신한은행 신탁부문 '주도권' 싸움

등록 2020.01.28 14:19:33 수정 2020.01.28 23:17:05

DLF 사태 이후 중요성 부각...격차 매년 줄어

 

[FETV=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신탁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신탁 상품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되면서 신탁부문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탁이익은 1915억원으로 1년 전(1628억원)에 비해 약 18%(287억원) 늘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신탁이익은 1%(29억원) 감소한 2522억원을 기록했다. 두 은행의 신탁 이익 격차는 지난 2018년 9월 말 918억원에서 작년 같은 기간 606억원으로 300여억원 줄었다. 

 

'신탁'은 소비자가 맡긴 돈을 금융사가 부동산, 채권, 증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낸 뒤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뜻한다. 개인연금 상품에 정기예금을 편입하거나 기초 지수 자산을 편입해 운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수탁 자산에서의 수익 창출은 은행의 사업 능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이익 구조가 '이자'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과 맞물려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총 영업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6%를 기록했다. 높은 이자이익 비중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저금리 경향 속에서 은행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 한국은행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작년 7월 1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내렸다. 3개월 후인 10월 16일 한은은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 1.25%는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한은은 지난 17일 열린 올해 첫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주요 은행들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4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이자자산 대비 이자이익 비율)의 단순 산술 평균치는 1.56%로 지난해 같은기간(1.60%)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4대 은행 모두 NIM이 하락했다. 

 

따라서 앞으로 비이자부문 이익을 늘리기 위해 시중 은행 간의 신탁 부문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작년 DLF 사태로 인한 정부의 신탁 상품 규제라는 변수가 발생해 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금융당국은 작년 12월 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공모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신탁형(ELT)은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 5개(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만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으로 제한했다. 또 공모로 발행되고 손실 배수가 1 이하 파생결합증권을 담은 신탁상품만 판매 허용된다. ELT 판매 규모도 11월 말 잔액(37조∼40조원) 이내로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은행의 ELT 판매 잔액이 기준치에 다다르게 되면 기존 투자자가 해지할 때만 신규 투자가 허용된다. 

 

 

금융당국의 ELT 규제로 특정금전신탁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당장 수익성에 지장을 받게 됐다. 그 동안 시중은행들은 ELT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위주로 상품을 집중 판매했다. 이들 상품은 위험이 높은 대신 고수익을 보장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 은행 입장에서도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의 유형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에 비해 수수료이익이 더 많아 적극적으로 팔아왔다.

 

전체 신탁자산 가운데 불특정금전신탁의 비중은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작년 9월말 국민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의 비중은 45%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신한은행(24%)의 약 2배에 달했다. 당장 올해 신탁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부 사업 비중을 바꾸는 등 변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은행들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한데 올해엔 신탁 부문은 ELT 규제로 재산신탁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 전략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길연 기자 gilyeonyoo@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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