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설대목 사라진 유통가..."선물세트 쇼핑객 없어요"

등록 2020.01.22 14:44:19 수정 2020.01.22 14:45:13

 

[FETV=김윤섭 기자] 22일 낮 서울 남대문시장. 대한민국 전통시장 1번지로 불리는 남대문시장은 설연휴를 이틀앞둔 대목이지만 북적이는 대목 분위기는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FETV 유통담당기자사 찾은 남대문시장 일대 상점들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오히려 평소보다 고객들이 없는 등 썰렁했다. 매년 설 대목때면 남대문시장 안팎을 울리던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사라진지 오래다.   

 

설 성수품을 찾는 내국인 고객보다는 우리나라로 여행온 외국 관광객들만 삼상오오 뭉쳐 남대문시장 거리를 오갈뿐 대부분 한산하다. 정육점, 수산물, 떡집 등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일부 상점의 경우 간간히 고객이 찾아올 뿐이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오래 지속된 경기불황 때문인지 이번 설 대목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구동성이다.  

 

실제로 남대문시장에서 인근에서 A식당을 운영중인 이모씨는 “날씨도 춥고 그래서 인지 손님이 평소랑 별반 다를 게 없다. 작년에도 설 대목이 신통치 않았는데 올핸 작년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며 연신 혀를 내둘렀다.

 

남대문 시장에서 아동복을 판매하는 B상회 여자 사장님도 “상품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사가는 사람을 별로 없다”며 “요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설 대목이 어디있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B상회 주변의 옷가게 상인들도 파리를 날리자 삼삼오오 모여 제각각 불황을 원망하는 푸념을 늘어놓느라 여념이 없었다.

 

같은 시각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은 남대문시장에 비해 사정이 나은편이지만 매출이 예년보다 신통치 않기는 마찮가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선물세트 코너에는 판매직원 꽃단장하고 선물세트 쇼핑객을  기다리지만 간간히 아이쇼핑하는 손님만 간간히 나타날뿐 정작 선물세트를 주문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어떤 코너에는 손님보다 오히려 판매사원이 많은 경우도 목격됐다.

 

그나마 한우와 굴비 등 전통적 인기 상품을 취급하는 몇몇 선물세트 매장엔 간간히 몰려드는 손님들도 설대목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제과점이나 영양제, 중저가 선물세트 코너는 선물세트를 설명하고 주문받는 판매사원들로 분주했다. 정육선물세트 매장에 근무하는 한 판매사원은 “여전히 고가의 선물세트보다는 가성비가 좋은 선물세트가 인기다”며 "중저가 중심의 선물세트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형마트도 설대목 상황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비슷했다. 온라인에 주도권을 내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명절 특수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역 롯데마트도 일부 매장에 마련된 선물세트 코너는 한산했다. 롯데마트 선물세트 한 판매사원은 “설을 앞두고 손님들이 많지 않다” 며 “예년에 잘팔리던 햄이나 참치 등 전통적 인기상품도 올핸 소용이 없다” 고 울상을 지었다.

 

 

선물세트 코너를 지나 나오는 식품코너는 그나마 손님들로 북적였다. 선물세트를 구입하려는 쇼핑객보다는 지역민들이 평소처럼 생활용품을 장만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모습이다. 이같은 썰렁한 설대목은 이미 예견됐다는게 유통업계의 입장이다. 경기불황을 이유로 설 보너스를 지급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509개 기업중 70.1%가 올 설 경기가 좋지 않다고 밝힌 반면 개선됐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1일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 대비 3포인트 하락한 8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기전망이 기준치 100을 웃돌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소매유통업 1분기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37%에 달해 전분기(28)보다 크게 늘었다. 이밖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응답은 54%, ‘호전될 것’이란 응답은 9%다.

 

실제로 백화점들은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매출이 크게 증가해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5%가량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설 선물세트 매출이 3.0% 신장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연말연초와 설 선물세트 판매 기간이 겹치다 보니 초반 매출 지수는 좋지 않은 편"이라면서 "지난주부터 매출 지수가 호전되며 신장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김윤섭 기자 dbstjq663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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