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3상 중단’ 신라젠 대주주·임원 상장후 지분 2515억원어치 매각

등록 2019.08.11 15:20:35 수정 2019.08.11 15:20:40

한때 시총 9조원 육박…현재는 9분의 1 '급락'

 

[FETV=김윤섭 기자] 최근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으로 주가가 급락한 신라젠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코스닥 상장 후 회사 지분을 팔아치워 현금화한 금액이 2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 및 특별관계자와 이 회사 임원들이 신라젠의 코스닥 상장(2016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팔아치운 이 회사 주식은 총 2515억원(292만765주)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문은상 대표는 2017년 12월 156만2844주를 주당 8만4000원대에 매각해 132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어 문 대표의 친인척인 특별관계자 곽병학 씨가 2018년 1월 740억원어치(72만8000주)를 매도했고 역시 문 대표의 친인척인 조경래 씨도 주식 및 비상장 전환사채(CB) 매각으로 338억원을 현금화했다.

 

또 신현필 전무(88억원), 민은기 전 전무(14억원), 노정익 전 감사(7억원) 등 임원들도 주식 매각으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손에 넣었다.

 

이들이 거액을 거머쥘 수 있던 것은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라젠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 이후 한동안 1만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신라젠 주가는 2017년 하반기 들어 펙사벡 임상 3상 착수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연일 급등했다.

 

결국 그해 11월 21일 주가는 13만1000원까지 올랐고 시가총액은 8조7116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종목 중 신라젠은 2017년 연간 주가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신라젠 주가가 고공 행진하던 2017년 12월~2018년 1월 문 대표와 그의 친인척인 곽병학·조경래·문상훈·임수정 씨 등 특별관계자 4명이 지분을 대량 매도했고 이런 사실이 1월 초 공시되면서 신라젠 주가는 꺾이기 시작했다.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지분 가치가 한층 더 치솟아 오를 텐데도 3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들이 지분을 팔아치운 것은 3상 통과가 어렵다는 내부 정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대주주 지분율 제고 목적으로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부과된 1천억원대의 세금을 납부하고 개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하고 펙사벡 3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7월 초 신현필 전무가 보유 지분 전량(16만7777주)을 팔아 88억원을 챙기면서 논란이 재연됐다.

 

그 뒤 약 한 달만인 이달 2일 미국에서 펙사벡 간암 치료 3상 시험 중단 권고 발표가 나오면서 신라젠 주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라젠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았고 9일 현재 주가는 1만3950원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최고치의 약 9분의 1 수준인 991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문 대표는 지난 6~7일 신라젠 주식 22만9000주를 36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9일에도 신라젠 주가는 4.78% 떨어지는 등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는 주식 매입 규모가 과거 문 대표 등 대주주와 임원진 지분 매각액의 약 1.5% 수준에 불과한 데다가 신라젠의 영업 손실도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 지난 3년간(2016~2018년) 신라젠의 영업손실액은 1565억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닥 기업 중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열악한 영업 실적에도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에 뛰던 주가가 펙사벡 3상 중단으로 추락한 셈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주의 최근 수익률이 처참한 수준"이라며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등의 이슈가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5년부터 코스닥 시장을 지탱해온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가 펙사벡 등 이슈로 인해 무너지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2015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을 되살리려면 작은 이벤트 정도로는 어렵고 신약 3상 통과 등 좋은 뉴스가 여러 건 나와야 한다"며 "앞으로 코스닥이 추세적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섭 기자 dbstjq6634@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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