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2차'發, 후분양 태풍

등록 2019.06.20 09:49:14 수정 2019.06.20 09:49:40

HUG, 분양가 규제에 업계 분노
선분양 위해 HUG의 분양보증 필요
기관 늘어나면 분양가 높아질 수도

 

[FETV=김현호 기자]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인 ‘삼성동 상아2차 아파트 조합’이 '준공후 분양'을 결정한 가운데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주택 분양보증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점화 되고 있다.

 

주택 분양보증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분양가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업계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주택분양보증 업무 수행기관을 내년까지 추가 지정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어 앞으로 주택 보증시장 개방 관련해 정부 차원의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최근 2020년까지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라는 공정위 합의를 서둘러 추진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보증이란 분양사업자(건설사 등)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이 주택분양의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현재 2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와 국토부는 주택 분양보증 업무의 독점문제가 불거지자 2017년 7월에 2020년까지 주택분양보증 업무 수행기관으로 보증보험 회사를 추가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분양보증 기관을 서울보증보험이나 공제조합 등과 같은 민간으로 확대해 분양보증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건설업계는 수년 전부터 독점적 지위를 가진 HUG가 표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주택사업 보증과 분양보증을 임의로 지연시키고 보증 수수료가 높아 주택 분양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분양보증 기관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HUG의 분양가 통제 기능이 종전보다 강화되면서 건설업계와 재건축 조합 등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HUG가 6일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분양이 어려운 단지도 나온다는 것이다.

 

19일 삼성동 상아2차가 일반분양분 115가구를 '준공후 분양'하기로 결정한 것도 HUG의 분양가 심사에 대한 반발이다. HUG가 이 아파트에 요구한 분양가는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 수준인 3.3㎡당 4569만원으로 현재 이 일대 시세(3.3㎡당 6500만원)보다 3.3㎡당 2000만원 가량 낮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동작구 흑석동·영등포구 여의도동, 과천 등지의 재건축·재개발 단지 중에는 최근 후분양을 결정했거나 검토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현재 HUG와 국토부에는 이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과 건설사들의 항의성 민원 전화도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보증기관 다변화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분양가 심사'라는 가격 통제 기능을 부여한 상황에서 보증기관을 민간으로 확대하면 분양가 심사 기능도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서 공정위와 합의한 내용에는 분양보증 시장 개방시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을 보면서 분양보증 기관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증시장을 개방하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건설사나 분양리스크가 있는 지방 사업장은 분양보증 수수료가 높아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양보증 시장이 크지 않는데 기관을 확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공정위와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반박한다.

 

오히려 과도한 분양가 규제로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고 이로 인해 투기수요가 유입되며 주택분양이 지연돼 소비자들의 내 집 마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중소건설사의 보증료가 올라간다는 정부 우려가 있지만 분양보증 등 보증료율을 국토부가 승인하는 만큼 보증료가 반드시 인상된다고 볼 순 없다"며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당초 합의한 보증기관 경쟁체제 도입안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증기관 다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분양보증 기관이 늘어난 상태에서 HUG가 지금과 같은 분양가 심사 기준을 계속해서 고수한다면 고분양가 관리 지역인 서울은 분양보증 수수료가 다소 높더라도 민간 보증기관으로 몰려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대로 HUG 독점 상태에서 과도한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준공후 분양이 늘어난다면 인기단지의 경우 시세 수준에 분양이 이뤄져 후분양 시점에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한 청약자들의 실질 분양가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fe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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